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공직선거법 개정이 기정사실화되자 정치권의 논쟁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관련법안으로 옮겨가며 정치권이 또 다시 달궈지고 있다. 그 여파로 27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임시국회 본회의는 또 다시 지연됐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진행된 임시국회에서 무제한 토론방식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저지행위)가 이뤄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표결 등을 위해 27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 일정이 다시 미뤄졌다.
자유한국당이 ‘전원위원회’ 소집을 정식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전원위’는 국회법 제63조 2항에 따라 주요 긴급한 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거나 상정된 후 재적의원 4분의 1의 요구가 있을 경우 국회의장이 개최하는 국회의원회의로, 정부조직 법이나 조세 등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안을 논의해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현재 한국당의 전원위 개최요구로 인해 본회의 일정이 유동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일단 3시로 예정하고 있지만 전원위 개최시점과 방식, 발언을 신청한 의원의 수와 발언시간 등을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정해야하는 만큼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의 문제점과 의사진행과정의 부당함을 강하게 지적한 후, 공수처법 관련 ‘전원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힌데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이 전원위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교섭단체 대표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한국당은 동의해줄 수 없다”는 강경한 뜻도 내비쳤다.
필리버스터까지 끝나 표결만을 남겨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더 이상은 막을 수 없는데다, 지난 본회의에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와 문희상 의장의 강행처리를 경험한 만큼 필리버스터에 앞서 전원위를 소집해 시간을 추가로 벌어 그동안 이탈표를 최대한 확보해 의안을 부결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헌법개혁특별위원회를 시작으로 1년여 전부터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에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입법을 위한 의안이 마련되고 수정안에 대한 검토가 끝나 상정을 하려고 하니 이제야 발목을 잡는다”면서 논의과정에서 한국당의 불성실함을 꼬집었다.
이어 “무엇이 두려워 지금에 와서야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한국당의 전원위 소집요구나 필리버스터 요청에도 의연히 대처해 본회의를 열고 공직선거법 수정안의 표결에 들어가는 한편, 공수처법 등의 법안을 상정해 계획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본회의 및 전원위 개의시점에 대해서는 지켜봐야한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