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건설사들의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의 목표 분양실적과 수주액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주택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강력한 대책에 따른 것으로, 해외의 경우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엔 나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분양물량 달성 실패=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민간건설사들의 전국 아파트 분양실적은 연초 계획했던 물량 목표치의 6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분양 계획 달성률은 2015년 이후 떨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계획(30만8337가구) 대비 41% 많은 43만5522가구가 분양됐고, 2016년에도 계획보다 19% 많이 분양됐다. 하지만 2017년부터 계획 달성률이 100%를 밑돌았고 지난해에는 57%까지 떨어졌다.
대형 건설사별로 살펴보면 삼성물산과 GS건설은 각각 목표 실적의 40.1%, 57.6%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대우건설(80.3%)과 대림산업(79.3%), 현가대건설(78.5%)도 목표치의 70~80% 수준에 그쳤다.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이유로는 정부의 규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HUG 분양가 심사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및 적용지역 확대 등 강력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등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들이 올해 분양하려 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상이 잘 안 돼 내년으로 미뤘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 일부도 분양가 규제 때문에 분양을 내년 이후로 미뤘다.
여기에 한남3구역 등 굵직한 재개발 사업도 과열 수주 경쟁으로 인해 정부의 수사가 들어가면서 연내 사업 진행이 불가피해졌다.
5대 건설사는 내년 주택 분양과 관련 대부분 올해보다 많은 물량을 목표로 세웠다. 대우건설은 올해보다 1만4000가구 이상 늘어난 3만4400가구를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현대건설(2만1089가구), GS건설(2만4000가구) 등도 2만 가구 넘는 물량을 목표로 제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의 올해 분양 실적이 목표치보다 낮게 나타났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는 아무래도 정부의 규제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건축·재개발사업 등 정비사업에서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수주 막판 스퍼트에도...=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해외 건설 수주액은 지난 11일 기준 185억달러(약 22조298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8억달러보다 31% 줄어든 수치다. 이는 2006년 165억달러를 수주한 이후 최저치다. 역대 가장 높은 수주액을 기록했던 2010년 716억달러와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맏형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이 막판 스퍼트를 내며 해외수주액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선 현대건설은 최근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총 8000억원 규모의 도로와 건축 공사를 잇달아 수주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발주한 4억3430만달러(약 5094억원)의 북남 고속도로 N113·N115 공구 공사를 동시에 단독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베트남 중부 나트랑 지역에서 총 공사금액이 총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에 달하는 베가시티 복합개발 사업도 수주했다. 이 공사는 베트남 휴양 도시인 나트랑에 지하 1층~지상 30층짜리 호텔과 빌라 단지를 조성하는 부동산 개발공사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연내 약 2억2000만달러(약 2556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 수주에도 나설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까지 수주하면 현대건설은 12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만 총 1조원의 수주고를 올리게 된다.
삼성물산은 방글라데시 민간항공관리국으로부터 하즈라트 샤흐잘랄 국제공항 확장 프로젝트 공사 낙찰통지서를 받았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물산은 국제공항의 신규 여객 터미널, 진입도로, 주차장, 화물터미널 계류장 등의 시설을 준공한다.
진행 중인 해외 수주에 금융 지원이 더해지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은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사업에 3억7500만달러(약 4300억원)의 금융지원을 한다고 24일 밝혔다.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LNG 플랜트 사업은 나이지리아 남부 보니섬에 연산 760만톤의 LNG 생산 플랜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에서는 이라크 사태 등으로 발주물량이 줄었고, 미·중 무역 갈등도 심화하면서 대외 여건이 악화됐다”며 “올해 수주액이 13년 만에 최저치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침체기라기보다는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선진국형 수주에 나서는 전환기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