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更子年) 새해를 맞이한 국민들의 올해 경제전망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회복’과 ‘성장’을 키워드로 하는 청사진만큼은 아닐지라도 비관적이지만도 않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8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가계와 국가경제 등을 조사해 3일 발표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p)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올해 살림살이가 “지난해(2019년)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018년 말 실시한 ‘2019년 살림살이 전망’에서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48%)과 비교해 9%p가 늘어난 결과다. 반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29%로 지난해 41%보다 12%p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1%에서 12%로 1%p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와 관련 한국갤럽은 “이번 조사의 낙관론은 최저 수준에 가깝지만 비관론은 최근 10년 평균치인 27%와 비슷하다”며 “고령일수록, 그리고 대구·경북, 인천·경기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비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1년의 흐름을 볼 때 2010년대 들어 새해 살림살이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50%를 넘는 경우가 잦아졌고, 낙관과 비관의 격차가 줄고 한국인 절반 이상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다”며 “저성장·고령화 시대의 불가피한 변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새해 국가경제 전망에 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10%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46%,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42%로 다수를 차지해 가계경제보다 비관적인 응답비중이 좀 더 높았다. 다만 국가경제전망 역시 지난해 조사와 비교하면 비관론이 줄고 ‘현상유지’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가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의 격차를 의미하는 ‘희망지수’ 또한 ‘-17’로 비교대상 국가인 46개국 중 에콰도르(-1), 체첸공화국(-1), 스페인(-6)에 이어 하위 11개국 중 4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하위 11개 국가 중 가장 희망지수가 낮은 곳은 레바논(-71)이었다. 다음은 홍콩(-55), 요르다(-53), 이탈리아(-48) 순이었다.
이밖에 한국갤럽이 조사한 주관적 행복감에 관한 설문에서는 응답자 57%가 ‘행복하다’고 답해 작년 조사결과(46%)보다 비중이 늘었다. 더불어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은 5%, ‘어느 쪽도 아니다’는 응답은 37%로 2014~2015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여타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평균 수준을 조금 상회하는 정도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