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의 첫 출근은 순탄치 않았다.
오전에는 ‘낙하산 반대’를 외치는 노조에 막혀 새 직장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오후에는 취재진과 한데 뒤섞여 행사장 입장을 하는데 진땀을 빼야 했다.
윤 행장은 3일 오전 8시 반 경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노조원들로 구성된 ‘바리케이드’에 막혀 실패했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전날 윤 행장 임명 소식을 접하자 성명을 내고 출근저지 투쟁은 물론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윤 행장은 결국 발길을 돌렸다.
윤 행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장충동 신라호텔이었다.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윤 행장을 향한 취재 열기는 이곳에서도 이어졌다.
윤 행장이 입구에 도착하자 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윤 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논의 하겠다”고 밝혔다.
윤 행장은 이후 행사에 참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고나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계획된 건 없고 알려진 바 없다”면서도 “상반기 인사도 해야 하고 경영전략도 수정해야 하는 등 할 일이 산더미라 집으로 가지 않고 업무 파악을 하러 갔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윤 행장은 은행 본점에서 가까운 모처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고 업무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윤 행장의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는 ‘행사 참석’이 됐고 출근지도 집무실이 아닌 ‘호텔’이 됐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함량미달’ 윤 행장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어길 시 매일 출근 저지 투쟁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윤 행장은) 자격이 충분하다”며 “당사자 간 대화 과정을 지켜보자”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