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KIA 타이거즈가 프랜차이즈 스타를 허무하게 놓쳤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6일 안치홍과 2년 최대 26억원(계약금 14억2000만원, 연봉총액 5억8000만원, 옵션 총액 6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2년 후 최대 31억원에 달하는 구단과 선수 상호 계약 연장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 조항에 따라 연장이 실행될 경우 계약 규모는 최대 4년 56억에 이른다.
충격적인 이적이다. 안치홍은 데뷔 시즌인 2009년부터 10년 동안 KIA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통산 1124경기에 나서 타율 0.300, 100홈런, 586타점을 기록하는 등 세 차례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리그 정상급 2루수다. 두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KIA가 안치홍을 놓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비록 올 시즌 105경기에서 타율 0.315, 5홈런 4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2로 주춤했지만, 상징성과 그간의 공헌도를 고려해 KIA 측에서 섭섭하지 않게 대우해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KIA 구단 역시 “안치홍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반드시 잡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KIA가 보인 이적 시장 행보는 달랐다.
안치홍은 지난해 11월 4일 FA 시장 개장 뒤 계속 원소속팀 KIA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하지만 구단과 에이전트가 두 달 동안 수차례 만났지만 계약조건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에서 적극적으로 접촉했지만 안치홍은 KIA에 남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2월 30일 안치홍의 에이전트는 원하는 계약조건을 제시했다. 그러자 KIA 구단은 협상이 시작된 지 60여일 만인 지난 3일 계약조건을 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금액적인)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안치홍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안치홍은 롯데행을 선택했다.
물론 KIA 역시 터무니없는 계약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조계현 단장 등에 따르면 옵션이 포함된 4년 보장 계약을 내밀었다. 하지만 접근 태도가 아쉬웠다. 60여 일 동안 보인 KIA 측의 지나친 소극적인 모습은 프랜차이즈 스타 안치홍에게 상처를 주기 충분했다.
KIA로서는 안치홍의 미래 가치를 낮게 평가했을 수도 있다. 정(情)으로만 구단을 운영할 수 없는 수뇌부의 처지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KIA의 결정은 의아하다. 팀 내 위치로 봤을 때 이토록 홀대 받을 선수도 아니거니와, 당장 다음 시즌 안치홍을 대체할 만한 이렇다 할 선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기대감을 높인 박찬호는 수비 능력은 뛰어나지만 타격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조정 득점 창출력(wRC+)이 68.7에 불과하다. 한 시즌만에 타격이 일취월장 하길 바라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SK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나주환 역시 wRC+가 53.0에 그친다. 안치홍(123.3)과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FA 협상 중인 김선빈을 잔류시킨다고 해도 내야진의 공격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롯데의 경우 구단의 실리를 챙기면서 안치홍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거품 몸값’에 대한 팬들의 거부감이 심한 상황임에도 대부분이 납득할 만한 계약을 이끌어냈다. KIA 구단이 조금만 더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치는 우를 범하진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