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동지역은 위험한 텃밭 “수주 감소 우려”…그간 어떤 일 있었나

건설업계, 중동지역은 위험한 텃밭 “수주 감소 우려”…그간 어떤 일 있었나

기사승인 2020-01-10 05:00:00

미국과 이란 간 국가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동지역 현장에 있는 국내 건설근로자들의 안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와 함께 가뜩이나 암울했던 해외수주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와 같은 일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도부터 이라크, 시리아 내전 등으로 건설업계는 종종 긴장을 해왔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거 악몽 재현되나=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라크와 리비아의 내전사태가 악화되면서 정부는 각 현장에 있는 건설사들에게 철수를 권고한 바 있다.

2011~2014년 이라크 내전이 일어났을 당시, 이라크에는 국내 건설사 46개 업체가 35건 201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한화건설 등이 진출해있었고 1200여명의 인력이 체류 중이었다.

하지만 사태가 점차 악화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현장 근로자들을 대피시키거나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일례로 이라크 북부 쿠르드지역에서 쿠르드 카밧 화력발전소 및 바지안 변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한 포스코건설은 반군의 반격과 미군의 오폭 우려 때문에 모든 직원을 안전지대인 인근 에르빌로 대피시켰다. 

국가상황으로 인한 수주사업의 차질은 리비아에서도 있었다. 2014년 리비아 내전이 발생했고, 당시 33개 국내 건설업체가 14건, 총 17억5530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 중에 있었다.

현대건설의 알 칼리즈 발전소공사와 사리르 855MW 발전소, 대우건설의 트리폴리호텔 복구현장 등의 굵직한 공사들이 대표적이다.

점차 사태가 악화되자 현대건설,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등 현장에 있던 건설사들은 순차적으로 한국인 및 외국인 근로자들을 철수시켰다. 당시 현대건설은 수백여명의 현장 인력을 항공 및 해상로로 철수시키기도 했다.

◇건설업계 촉각 곤두세워=2020년 건설업계는 미국과 이란간의 갈등이 불거지며 과거와 똑같은 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현재 공습이 발발한 이라크에는 현대건설, 한화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10여개 건설사에서 총 14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SK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하는 카르발라 정유공장 현장에 약 660여명이 있고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 390여명이 근무 중이다.

대우건설도 알포방파제 추가 공사, 알포컨테이너터미널 1단계, 이라크 알포 진입도로, 코르 알 주바이르 침매터널 제작장 조성 등 4개 공사 현장에 협력사를 포함해 60명이 체류하고 있다. 이번 공습지점과는 600여㎞ 떨어져 있어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건설도 이라크에 도시재생, 화력발전소 2개 현장이 있지만 폭격지점과 200㎞ 떨어져 있어 큰 영향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주의단계로 대피령이 없어, 정상적으로 현장을 운영 중이다.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도 미국 대사관 및 미군부대까지 약 15㎞ 떨어져 있다. 하지만 외교부 지침대로 이라크 입국을 중단했고 현장도 외부 이동을 제한했다.

현대건설도 건설 현장과 공습지역은 상당히 떨어져 있다. 일단 사내 비상대책반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과 대치 중인 이란에는 현재 국내 건설사 현장이 없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비상대책반을 운영 중에 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까지 주의단계에서부터 철수단계까지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으며, 이라크 대사관이나 정부 측에서 지시가 떨어지면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나 이란 등 위험성이 있는 사업지에서는 항상 비상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과거 리비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문제없이 잘 지나가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한화건설 관계자도 “피해지로부터 꽤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면서도 “다만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휴가 복귀 출발의 경우 후 사태를 보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향후 관계부처와 유기적인 대응체계 하에 위기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을 통해 우리 해외건설근로자의 안전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수주 첫밭 잃나=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경제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가뜩이나 안좋았던 해외건설 수주가 더욱 위축될 거라 내다봤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약 210억달러 수준으로 2018년보다 30% 이상 떨어지면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오름세를 이어가 350억달러 달성이 목표였지만 210억 달러에 그치면서 2006년 164억달러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낸 것.

특히 이번 이란과 이라크가 속해있는 중동 지역의 수주액은 지난해 12월 24일 기준 44억5000만달러로 2018년 92억달러에서 반 토막이 난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피해가 중동지역에서 확대가 되면 단계적으로 유가문제 등으로 인해 건설업계 시장상황은 좋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이라크에서 벌어진 이란의 대응으로 인해 해외 건설 시장에 대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된 상황”이라며 건설업계를 우려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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