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무역 분쟁·한일 수출 갈등 등 기존 불확실성들이 해를 넘긴 가운데 ‘이란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 새 변수로 떠오른 모양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금융시장반 1차 회의를 열고 중동 갈등 동향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금융위는 대(對) 중동 익스포저와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입을 점검하고 시장 불안 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미중 무역 분쟁 등 기본 불확실성들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지역 불안이 겹쳐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빠르고 면밀한 대응태세를 주문했다.
‘이란사태’는 미국이 지난 3일 이란 군 수뇌부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하자 이란이 보복 대응에 나서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사태 수위에 따라 전쟁 발발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이 8일(현지시간)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미국은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이란은 추가 공격을 암시한 상황이다.
중동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특히 투자심리 위축으로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재준 인하대 교수는 “미국이 발표한 담화로 미뤄볼 때 대치 격화가 당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대치 상황이 격화될 경우 국내시장은 크게 동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달러강세, 유가급등, 건설주 등 주가 하락, 안전자산 매수세, 국내 채권금리 간헐적 급등, 과도한 부동산 투자 붐 완화 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주요국 통화가치가 상승할 수 있고 산유국이다 보니 국제유가도 오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과 가계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자산이 주식 보다는 선진국 국공채 투자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라며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돈을 빼면 시장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자금유출이 생기면 환율은 올라간다. 이럴 경우 한국은행 통화정책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속적인 완화기조는 환율 상승속도에 불을 지피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7일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연다.
연구기관들도 중동 지역 긴장 지속으로 인한 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이달 국고채 3년물 시장금리는 1.30%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향후 전개양상에 따라 금리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주가는 투자심리 악화로 이달 말 2100p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환율은 원·달러는 대외리스크 지속으로 1180원 내외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와 유로화, 위안화 모두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