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법무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법무부와 검찰이 충돌하는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청와대까지 법무부 결정에 대한 갑론을박에 가세하며 정국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당장 인사가 발표된 직후부터 오늘(10일)까지 야권은 연일 법무부의 이번 검찰인사를 ‘대학살’이라고 질타하며 추미애 법무장관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심지어 한국당은 추 장관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주장하며 본회의를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적법하게 이뤄진 인사로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히려 윤석열 검찰총장의 태도를 ‘항명’이라고 문제 삼기도 했다. 여기에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국무총리실, 나아가 청와대까지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낙연 총리는 9일 오후 추 장관으로부터 검찰인사와 관련된 상황을 전해 듣고 “인사과정에서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나아가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힘을 실어주는 모습까지 보였다.
청와대 또한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를 통해 검찰인사과정에서의 잡음에 대한 유감을 표하면서도 법무부의 인사에는 긍정하는 입장임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은 유감의 뜻을 갖고 있다”면서도 “균형인사·인권수사를 위한 방안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 인사가 아니었나 한다”고 추 장관을 두둔했다.
일련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은 추 장관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법무부 검찰인사에 대한 비난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게 돼 있는 검찰청법을) 제가 위반한 게 아니고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항명’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법무부로) 인사 의견을 내라고 했음에도 윤 총장이 응하지 않았고, 검찰 인사위원회 이후에도 대통령에게 제청하기 전까지 6시간 동안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윤 총장 측에 의견 개진을 재촉했다”면서 “총장 예우 차원이었지, 절대 요식행위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청와대까지 나섰지만 사안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9일 국회 ‘추미애 법무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며 본회의가 갑작스레 연기되는 사태를 초래했고, 결국 탄핵을 주장한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를 거부한 가운데 민주당이 ‘4+1’ 연대를 재가동하며 민생법안을 겨우 처리할 수 있었다.
10일에는 논란은 계속됐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기획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실행한 윤석열 검찰 대학살은 전두환 정권의 야만보다 더 심각한 야만”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어 “정권은 검찰 중간간부에 대한 2차 대학살을 계획하고 있다 한다. 정권 범죄 수사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겠다는 음모이다. 문 대통령 퇴임 후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대통령과 가족, 측근의 범죄를 암장하기 위해 권력에 아부하는 검사들로 채우는 것”이라며 추 장관의 경질과 검찰인사 철회, 재발방지를 위한 정권심판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10일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검찰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30분 전에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려고 하자 윤 총장이 협의를 요청한 걸 두고 곧 물러날 총리까지 나서서 항명이라고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나아가 지난 2013년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추미애 당시 의원이 “수사와 기소를 주장했던 수사 책임자(윤석열 팀장)도 내쳤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가 나오겠습니까?”라고 질타하는 장면을 개제해 추 장관의 검찰인사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비꼬기도 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한국당과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해찬 당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검장급의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지난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검찰이)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하는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어제 국회에 와서 저한테 하신 말씀을 보면 절차를 철저하게 지켰다”면서 “검찰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기 혁신을 하고 검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당부한다"며 "항명이 아닌 순명해야 한다. 그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며 “검찰 총수로서 인사권자의 인사 명령을 수용해 안정적으로 집행하고, 검찰 조직을 정비해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