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만화인가, 영화인가.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는 아동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걸 숨기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과장돼 있고 내용은 잘 이어지지 않는다. 주인공과 동물들이 옳은 일을 위해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토리는 익숙한 느낌을 준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승진을 앞둔 국정원 요원 주태주(이성민)의 마지막 현장 임무를 다룬 영화다. 평소 동물들을 좋아하지 않는 태주는 딸 서연(갈소원)이 길에서 주운 고양이를 유기하며 일종의 저주에 걸린다. 바로 동물들과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 원치 않는 능력에 당황한 태주는 중국에서 온 VIP 팬더 분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에서 군견 알리(신하균)를 비롯한 동물들의 도움을 받는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의 가장 큰 패착은 시종일관 계속되는 시도에도 끝내 터지지 않는 코미디다. 과장된 음악이 웃기려는 의도를 한 박자 먼저 전달하고, 코미디의 전개와 상황도 억지스럽다. 유명 배우들을 총동원한 동물들의 대화는 웃겨야만 하는 비장의 카드처럼 보이지만, 잘 들리지 않고 호흡도 어색하다. 일부러 현실성을 포기한 것처럼 매끄럽지 않은 설정과 전개, 인물들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과 말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혼란스럽게 한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어른들이 아닌 아동들을 위한 영화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상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한국의 실정에 맞춰 실사화하는 과감한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동물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역동적인 모험을 그려낸 시도도 눈에 띈다. 하지만 동물의 신체에 폭탄을 심는 과격한 설정을 보면 정말 처음부터 아동들을 위한 영화로 기획된 것인지 고개를 젓게 된다.
점점 이야기가 안정을 찾아가는 건 극을 홀로 끌고 가는 배우 이성민의 열연 덕분이다. 이성민은 정돈되지 않은 영화 속에서 일관된 톤으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물로 중심을 잡는다. 대사와 상황이 아닌 이성민 주도의 코미디가 더 많았다면, 동물과 CG가 아닌 배우들과의 연기였다면, 영화의 의도가 더 선명히 전달됐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준다. 12세 관람가. 22일 개봉.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