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좀체 잡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중국의 공식발표와 영국 연구진의 추정결과에 큰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중국의 최대명절인 ‘춘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확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중국 우한위생건강위원회(위한위건위)는 지난 16일 우한에서 4명의 남성이 확진판정을 받아 지금까지 중국 내 확진 환자가 45명이라고 18일 밝혔다. 이어 이들 4명은 지난 5~8일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현재 우한 진인탄(金銀谭)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 확인된 우한폐렴 환자 중 15명은 완치판정을 받아 퇴원했고, 나머지 30명 중 2명은 사망했다. 여기에 5명은 중증환자로 분류돼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전부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남부 선전(深천<土+川>)과 동부 상하이(上海)에서 각각 2명, 1명의 우한폐렴 의심 감염사례가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중국 외 전문가들과 보건 당국들은 실제 감염자가 더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산하 MRC 센터 전염병학 전문가들은 17일(현지시간) BBC 등을 통해 “실제 감염자가 1700명에 이른다”고 추정치를 공개했다.
우한시 인구가 중국 공식통계로는 1100만명, 예상치로는 약 1900만명에 이르고, 우한 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 수만 하루에 약 3400명이라는 점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 우한에서만 약 1700명이 감염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닐 퍼거슨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는 “우한에서 벌써 3명의 확진 환자가 다른 나라로 이동한 것을 봤을 때 지금까지 보고된 숫자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감염됐음을 보여준다”고 감염자 추산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태국에서는 우한에서 지난 13일 입국한 74세의 중국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도 폐렴 의심 환자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밖에 홍콩과 대만에서도 우한폐렴 확진사례가 나오지 않았을 뿐, 각각 80명과 4명의 의심사례도 보고됐다.
문제는 중국이 분명하고 신속한 입장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한 폐렴의 확산세가 사그라지기는커녕 중국과 인접국가로 퍼져가는 양상을 보여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미국공항 등은 우한발 항공기 승객에 대한 발열검사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또한 증상을 보인 환자가 1명 발생하자 열화상 카메라로 중국공항에서 출발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중국 질병관리센터는 우한폐렴이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혹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과 같다는 등의 유언비어에 대응하며 “중국 보건당국에서 우한 폐렴 환자 수를 축소해 공개하고 있고, 사스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소문도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일련의 의혹을 부정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