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기 편리한 신용카드, 다양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등장으로 지갑 속에 현금을 넣지 않아도 물건을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지급 결제수단으로서의 ‘현금’의 필요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스웨덴의 현금결제 비중은 2018년 기준으로 13.0%다. 현금을 취급하는 은행 지점 수는 2014년 기준으로 49.4%(전체 1629개 지점 중 733개)에 그친다. 전자결제는 간편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데다 도난 우려가 없어 우리 생활에 편리하다.
한국은행은 대체로 동전이나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신용카드 등 비현금 지급수단을 약 90% 이상 사용하는 사회를 현금 없는 사회(no cash)라 정의한다. 한국은행이 2016년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지급수단으로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이 2014년 37.7%에서 2016년 26%로 급감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현금결제 비중은 19.8%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의 나라에 비해 매우 낮고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가장 빠르게 옮겨가는 나라다. 대중교통의 현금결제는 이미 중단됐고, 성당이나 교회에서 내는 헌금부터 길거리 구걸까지 중국과 같이 모바일 결제로 이뤄질 정도다. 스웨덴은 5년 전부터 전통시장에선 현금을 안 받았고, 특히 자영업을 하는 소매업자들이 심한데 그 이유는 종이돈을 받아봤자 유통하기 불편하고 이를 갖고 있어 위험한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입점하여 유명한 스웨덴의 가구 전문점 이케아(IKEA) 매장에선 지난해 1월부터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다고 한다. 직원들이 현금을 분류하거나 거스름돈을 세는 데 하루 업무시간의 약 15%를 쓴다는 통계가 있다. 대신 2018년 12월 한 달간 매장 내 카페에서 현금으로 계산하려는 고객에게 무료 음료를 줬다. 앞으로 현금은 받지 않을 테니 양해해 달라는 일종의 서비스였다. 우리나라와 같이 현금으로 결제하면 더 좋아하고 오히려 물건값을 할인해 주는 경우와 상반되는 모양새다.
각 나라가 현금 없는 사회를 준비하는 이유는 신뢰성과 투명성을 좀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금 거래와 비교해 카드나 충전된 모바일의 거래가 증가하면 거래 투명성이 증가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정부 세입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화폐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혜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현금 없는 사회’가 만능은 아니다. 현금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모바일과 같은 디지털 금융에 소외되는 저소득층의 사람들은 오히려 불편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고령층이나 장애인도 있고, 저소득층은 결제수단인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게 어렵다. 여기에다 전자결제 시스템의 취약성도 있다. 화재나 대규모 정전 같은 사고로 시스템이 먹통일 경우 현금 대체가 어려워 혼란이 클 수 있다. 2018년 12월에 서울 도심 KT 화재 때 서울 마포나 서대문에 계셨던 분들은 현금 아니면 생필품 하나 구매하지 못했다.
금융의 발전과 편리성도 중요한 일이지만 현금 접근성 자체, 또 유사시에 현금으로 대체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건 문제다. 섣불리 현금 없는 사회 도입하기보다 제대로 된 준비를 먼저 하여야 한다. 국민의 화폐 사용에 어떠한 불편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하에 현금 없는 사회와 함께 국민의 현금 접근성 및 현금 사용 선택권 유지를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이제 한 주 후면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이다. 이젠 세뱃돈도 토스로 이체해 주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