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자전거 도둑(The Bicycle Thief, 1948)’과 빈곤의 경제학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자전거 도둑(The Bicycle Thief, 1948)’과 빈곤의 경제학

기사승인 2020-01-29 10:24:10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서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 찰스 디킨즈의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죽 한 그릇만 더 주세요”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소년원에서 쫓겨난 ‘올리버 트위스트’는 ‘빈곤시대’의 대표적 표본이다. 마찬가지로 ‘자전거 도둑(1948)’은 제2차대전 패전 직후의 이탈리아의 한 노동자 가족의 비참한 현실을 통하여 암울한 경제적 실상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실직상태였던 안토니오(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길거리 담벼락에 영화 포스터를 붙이는 일을 얻는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전거가 꼭 필요한데, 어느 날 작업을 하는 도중 자전거를 잃어버린다. 그는 아들 브루노(엔조 스타이올라)와 함께 로마 시내를 샅샅이 뒤져, 자전거 도둑을 찾게 된다. 경찰을 불러 범인의 집을 샅샅이 수색하지만 자전거를 찾을 수 없게 된 안토니오는 생계가 막막하기만 하다. 그는 경기장 밖 골목길에 세워둔 자전거 한대를 발견하고는 갈등한다. 그는 아들에게 차비를 건네주면서 먼저 집에 돌아가라고 한다. 

축구경기가 끝나 군중이 도로를 메우는 혼잡한 틈을 이용,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다가 군중들에게 잡힌다. 전차를 놓쳐 다시 돌아온 브루노는 성난 군중들에 둘러싸여 온갖 모욕과 창피를 당해 비통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울면서 “아버지”를 외친다. 그리고 땅에 떨어져 찌그러진 아버지의 모자를 주워 먼지를 털고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가까스로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자전거 주인은 어린 아들의 절망스러운 눈빛을 보고, 안토니오를 경찰서에 데리고 가야 한다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그냥 보내준다. 아버지와 아들은 말없이 두 손을 잡고 복잡한 도심 속으로 걸어간다.

영화에서 안토니오는 유일한 생계수단인 자전거를 잃어버림으로써 빈곤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빈곤(貧困)이란 글자에서 貧자는 재물(貝)을 나누어(分) 줌으로써 ‘가난하다’, 困자는 나무(木)를 울타리(囗) 속에 가두어 둠으로써 자라기가 ‘곤란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빈곤은 ‘가난하여 곤란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절대적 빈곤’으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저한의 필수품을 얻을 수 없는 상태’를 뜻하는데, 가처분소득(=총소득-조세부담액(세금)-사회보장부담금)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로 파악한다. 

둘째, 상대적 빈곤으로, ‘개인과 가족이 속한 사회에서 평균적인 소득수준이 되지 않아, 다른 사람과 비교해 적게 가지고 있는 상태’를 뜻하는데,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인 50%보다 낮은 가구의 비율로 파악한다. 절대적 빈곤율은 통계를 작성하는 나라가 거의 없으므로, 상대적 빈곤율만 살펴보자. 2017년 한국의 경우 17.4%이며, 균등화중위소득이 2,643만원이므로 빈곤선은 1,322만원이다. 따라서 전체 인구 중 17.4%가 연간 1,322만 원 이하의 처분가능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빈곤은 생존의 문제이지만, 비토리오 데시카(1901~1974)감독은 아버지와 아들이 빈곤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희망을 보여줌으로써, “생은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가치는 있다”고 말해준다.

정동운(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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