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에이즈바이러스(HIV)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 치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태국 의료진도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에 독감과 에이즈바이러스(HIV)에 쓰이는 항바이러스제를 혼합 투약한 뒤 병세가 급속도로 호전돼 신종 코로나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밝혀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HIV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HIV치료제를 사용한 것이 크게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 사스와 메르스 때에도 HIV치료제를 사용해 효과를 본 전적이 있다. 사스와 메르스도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한다. 국내 확진 환자들에게도 HIV치료제인 칼레트라 등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HIV치료과정에 쓰이는 단백질효소억제제다.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 분해 효소를 억제해 확산을 막는 기전이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장은 "칼레트라는 바이러스의 단백질 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항바러스제로 보통 HIV에 쓰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규모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메르스와 사스의 경험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사용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칼레트라"라며 "기본적으로 열이나 폐렴 등 증상을 치료하는 대증요법을 사용하고, 폐렴 악화 가능성이 있는 중한 환자들에게 칼레트라 등 치료제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HIV의 경우 바이러스 증식이 계속되기 때문에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해 사스, 메르스는 급성감염병에 속하기 때문에 단기간 치료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최 과장은 "HIV는 지속적으로 숨어있다가 약을 끊으면 계속 나오는 바이러스다. 그러나 호흡기로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인 신종 코로나는 일정기간 증식하다 없어지는 특성이 있어 이 기간 동안 바이러스를 억제해주면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메르스 때에도 2주 정도 칼레트라를 사용하면 바이러스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약에 의한 부작용을 우려할 수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에는 단기간 사용하기 때문에 약의 독성이 쌓여서 문제를 일으킬 걱정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태국의 경우 칼레트라를 독감 치료제와 섞어 치료에 적용했다. 그러나 우리 의료진은 독감 치료제 혼합요법은 고려하지 않는다. 태국보다 우리 진단 기술이 더 좋아서다. 최 과장은 "신종 코로나와 독감은 기전 자체가 다르고, 억제하는 단백질효소종류도 상이하다. 독감 치료제와 칼레트라 혼용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 없고, 의미있는 데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예상컨대 태국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독감일 가능성을 의심했기 때문에 두 가지 치료제를 혼합사용한 것 같다. 우리의 경우 진단 시 독감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그 후 신종 코로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근거없는 독감 치료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료원에서는 현재 3명의 확진환자를 치료 중이다. 이들 환자 상태는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국내 의료진들은 환자상태와 치료법 등을 각 병원 감염전문가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와 공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태가 안정적인 경한 환자에게는 대증치료를 적용하며, 중한 환자의 경우 경과를 관찰해 담당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치료법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최 과장은 "각 의료기관의 감염전문가들이 소통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등을 공유하고 있다"며 "국외에서도 완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국내 확진 환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까지 증식되고, 언제 좋아지는지는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단계다. 완쾌 환자 대상의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고 그에 맞춰 향후 치료 기간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