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필자도 대학에서 ‘4차 산업혁명과 창의적 사고’를 교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요즘 가전제품은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하여 하나의 제품에 여러 기능을 결합한 융복합 가전이 가전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융복합 가전이란 다수의 주요 기능을 하나의 제품만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미래형 가전이다. 오븐레인지(가스레인지+오븐)나 복합기(프린터+복사기+팩스)부터 작게는 청소기까지 융복합 가전에 속한다. 이런 스마트 가전제품이 핸드폰의 앱을 통하여 제어할 수 있다. 이는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효율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융복합(convergence)이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제품 혹은 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된 형태를 가리킨다.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반도체와 컴퓨팅 기술의 발달은 거의 모든 산업군 내에서 융복합 흐름을 불러일으켰다. IT 관련 기업들의 활약에 힘입어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에서는 IT와 기타 산업 간의 융복합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IT 인프라가 뛰어난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는데, 융복합 현상은 특히 가정용 및 사무용 전자 기기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세대당 인구는 2.33명이다. 부모와 최소 1명의 자녀로 구성되는 3인 가족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저출산과 결혼에 대한 관념의 변화로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해 온 결과다. 전국적으로 심해진 전세난은 주거 트렌드까지 바꿨다. 넓은 면적만을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좁더라도 실용적인 공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주거 형태가 달라지면서 기존 가전의 공간 효율성 측면에서 월등한 융복합 가전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융복합 가전의 가장 큰 이점은 공간 효율성이다. 여러 개의 단일 가전이 차지하던 자리를 하나의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 히터 등의 계절형 가전을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해 사계절 내내 쓸 수 있게 만드는 등 융복합 가전의 범위와 효율은 끊임없이 개선·향상되고 있다. 실용적인 기능은 살리면서도 작은 크기로 공간 활용을 자유롭게 한 것이다. 가전은 생활필수품으로 어차피 사야 한다면 다른 기능까지 갖춘 ‘융복합 가전’을 고려하게 된다. 융복합 가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사용되던 ‘밀레니얼 세대’의 용어는 우리나라에도 통용되고 있다.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개인적이며 소셜네트워킹(SNS)에 익숙한데, 이런 밀레니얼 세대가 경제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간편하면서도 실용적인, 그리고 스마트한 것을 선호하는 이 세대는 향후 경제적 측면과 가전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