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과 안전 해친다’ 일본 정부, 징용 배상판결 서류송달 거부 방침

‘주권과 안전 해친다’ 일본 정부, 징용 배상판결 서류송달 거부 방침

기사승인 2020-02-18 17:34:41

[쿠키뉴스] 엄지영 기자 =일본 정부가 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서류송달을 지속적으로 거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징용피해자 배상 청구 소송 원고들이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피고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 관련, 송달하지 않는 방법으로 매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8일 보도했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이후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등 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일본의 해당 기업에 판결 관련 서류를 전달(송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마이니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일본의 주권과 안전을 해친다’고 판단해 송달조약을 근거로 관련 서류의 전달을 거부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송달조약에 따라 외국에서 일본 개인이나 기업이 피고가 된 민사 재판 관련 서류를 우선 접수한 뒤 일본의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송달조약 제13조는 당사국이 자국 주권이나 안전을 해친다고 판단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송달을 거부 할 수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이 규정을 활용해 징용 배상 판결 관련 서류의 전달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일본 외무성이 송달을 거부하는 배경에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자산 매각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되면 대항조치를 취할 방침이지만, 그럴 경우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자산매각이 이뤄지기 전에 한국 정부가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온 이후 이 판결이 청구권 문제의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을 선언한 한일청구권협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원고 측은 일본제철 외에 후지코시, 미쓰비시중공업의 주식이나 상표권 등 일본 해당 기업의 한국 내 자산매각을 대구지법 포항지원 등 한국 법원에 신청해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가 송달을 계속 거부할 경우 한국 법원은 공지함으로써 송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불가피해진다.

마이니치는 그간 지연돼온 한국 법원의 자산 매각 명령이 이르면 올봄에라도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며 일본 정부는 자산매각 명령서도 배상 판결 관련 서류처럼 송달하는 것을 계속 거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피고 기업의 자산 매각이 실제로 이뤄지면 일본 정부는 국제법상 인정되는 범위에서 대항조치에 나설 방침을 굳혔다고 덧붙였다

circle@kukinews.com

엄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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