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장애인 단체들이 폐쇄 병동 운영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방역 당국도 폐쇄 병동 특성상 감염률이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5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대남병원의 폐쇄 병동은 거의 다인실로 이뤄졌고, 정신병동 특성상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하고 식사도 모여서 한다. 좁은 실내에서 접촉이 많아 감염률이 높았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대남병원 환자들은 오랜 기간 입원 생활로 면역력이 낮아져 중증률과 감염률이 높아졌다. 감염 경로를 다양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 철저히 단절됐지만, 감염병이 한 번 돌기 시작하면 집단 감염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같은 날 경북 칠곡의 한 장애인시설에서도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 24일 확진 환자 1명이 발생한 ‘밀알 사랑의 집’에 있는 입소자 11명과 종사자 5명, 근로 장애인 5명 등 21명이 확진 판정받아 이 시설에만 22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폐쇄 병동 운영으로 최악의 집단 감염을 발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남병원에서 두 번째 사망자가 지난 11일 발열 증상을 보였지만, 19일 2명의 입원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진단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이 8일 동안 병동 내 입원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에 폐쇄 병동 입원자들은 최악의 집단 감염을 맞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왜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아야 했는지, 사망 당시 그의 몸무게가 42㎏밖에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그저 첫 사망자라고 불린다”며 “20년 장기 입원 생활의 끝이 바이러스 감염 사망이다. 폐쇄 병동에 수용된 정신장애인 인권의 현실을 깨닫는다. 철저한 고립이 정말 치료의 시간이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폐쇄 병동에 입원한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았더라면 이러한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전장연은 주장했다. 이들은 “동네 가까운 병원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적절한 건강상태 점검과 신속한 조치를 받았다면 초유의 집단 감염사태의 피해자가 되지 않았을 것. 우리는 장애를 이유로 존재 자체를 추방하는 ‘집단격리정책’에서 벗어나 ‘탈원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1500여개 시설에 3만여명의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 중 70% 이상이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어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알리기 어렵다. 감염병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용석 장총련 정책홍보실장은 “재난 상황마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문제는 계속 지적됐지만. 변화가 없다. 사전 대책도, 최소한의 지침도 없는 상황이라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고성 산불 사태를 언급하면서 이 실장은 “정부의 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이 한동안 되지 않았다. 이의 제기나 항의를 해야 겨우 제공 받는다. 이번 코로나19 브리핑도 마찬가지였다. 재난 발생 시 장애인이나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명확한 관련 시스템이 없어 불만을 호소해야만 기본적인 정보제공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재난이 왔을 때 매뉴얼이 없어 혼란스러운 상황만 야기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이 상황이 끝나고 나면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과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매뉴얼을 구성하기 위한 입법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장연은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신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과 함께 ‘격리 수용·격리 치료 인권 없는 차별적 코로나 대응,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기자회견’을 26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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