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코로나19(우한폐렴)가 정치권의 다툼도 막아 세웠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코로나19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여·야 4당 대표들은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코로나19에 대한 방역대응상황 및 경제영향, 그에 따른 대책 등에 대한 논의한 후 사태의 엄중함에 인식을 같이하며,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당을 초월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나아가 코로나19 사태의 확산방지와 피해지원,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과감하고 신속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염병 대응 및 민생피해 직접지원을 최우선으로 반영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과 이해찬(더불어민주당)·황교안(미래통합당)·심상정(정의당) 대표, 유성엽(민생당) 공동대표의 회담은 1시간40분가량 진행됐으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제한과 마스크 수급혼란, 정부의 초기대응 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질타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포문은 황교안 대표가 열었다. 황 대표는 “초당적 협력을 구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며 국회의 코로나19 대책특위 구성과 검역법 등 ‘코로나 3법’의 신속한 처리 등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 문 대통령의 발언과 이해찬 대표의 화답에 이어 날 세운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코로나19’를 ‘우한 코로나’로 명명하며 “우한 코로나 사태는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감염병 확산 사태였으나 우리나라의 우한 코로나 사태는 인재의 성격을 띠게 됐다"며 "위기의 배경에는 정부의 대응 실패가 결정적”이라고 지적하며 “대통령과 총리 등 정권 전체가 너무 안일하고 성급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초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금지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이유 등을 따지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유성엽 대표도 한 팔 거들었다. 유 대표는 “안타깝게도 정부의 코로나 초기 대응은 명백히 실패했다”며 “안전 불감증에 빠진 정부의 안일한 판단과 대처가 결국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워버렸다”고 비난했다.
황 대표와 유 대표의 지적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국면에 대한 논의에서도 이어졌다. 이들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기조에 따른 경기침체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으며 실패한 경제정책의 폐기와 경제정책의 방향전환, 경기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중국발 입국금지는 지속적인 입국자 감소가 이뤄지고 있고, 만약 입국을 제한 할 경우 긴급한 사업적 목적의 방문까지도 차단돼 경제적·산업적 위축을 가속화할 수 있으며 우리 국민의 해외 입국 제한 등 외교적 불이익 또한 받을 수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취지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경제정책 및 초기대응실패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경제가 활력을 잃은 것은 사실이다. 우선 피해 지원과 경제 활력을 함께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이 되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뜻을 여야 대표들에게 전한 후 “지금까지 아쉬운 점, 또 책임 문제는 상황이 종료된 후에 복기하면서 다시 검토하자”고 말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경예산 편성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추경예산안을 다음 주 초 정부가 제출한 내용을 바탕으로 논의하는 것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 등 야권에서 재정적 부담을 문제 삼으며 추경 규모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추경규모를 대략 6조2000억원 내외로 잡고 있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이미 기획재정부가 확정·집행된 4조원과 추가 지원을 위한 16조원을 예비비 등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부채를 늘려 재정을 마련하는 것은 부담”이라며 “올해 512조원이란 슈퍼예산을 편성한 만큼 확정 예산 중 불요불급한 예산이 있을 수 있으니 추경안에 기존 예산의 삭감내용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일용직 근로자 등을 비롯해 농·축산·어업 종사자 등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지원기준 등을 마련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부분도 있어 추경예산안 국회 통과까지는 시일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선거연기에 대한 논의는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살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당장은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지는 4월 15일까지는 아직 시일이 남은데다 코로나19 대응에 따라 투표가능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이해찬 대표는 “3월 20일쯤 가봐야 판단이 될 것 같다”는 취지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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