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차별받는 '다가구주택'…은행·보증기관 외면 속 서민 눈물

전세대출 차별받는 '다가구주택'…은행·보증기관 외면 속 서민 눈물

전세금 거품 막을 제도 장치 부재...세입자에게 부담 전가

기사승인 2020-03-03 05:00:00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사회초년생 A씨는 최근 집 계약을 마치고 이사 한 달 전 시중은행에 대출상담을 받으러 갔다. 하지만 A씨는 당초 예상했던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대출결과에 적잖이 당황했다. 이유는 A씨가 계약한 집이 다가구주택이었기 때문. 은행은 다가구주택의 경우 대출조건이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집 계약을 한 상황인 만큼 자금조달을 받아야만 하는 A씨는 고민이 커졌다.

다가구주택이 전세대출에 있어 차별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아파트나 다세대주택보다 대출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가구주택이 다른 주택유형보다 보증금 반환에 있어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대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집주인들의 지나치게 높은 보증금을 지적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같은 전세자금 대출이라 하더라도 다가구주택의 경우 일반 아파트나 다세대주택보다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다가구와 다세대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분등기’ 여부다. 쉽게 말해 다세대주택은 해당 세대별 집주인이 전부 다른 반면 다가구의 경우 모든 세대의 집주인이 동일하다.

현재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이 세 곳 가운데 한 곳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다가구주택의 경우 대출을 보증 받을 수 있는 기관은 주택금융공사와 HUG뿐이고, 해당 기관마저 조건이 까다롭거나 대출금액이 낮은 수준이다.

각 보증기관별 다가구주택 대출상품에 대해 살펴보면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보증금의 80% 혹은 연봉의 3.5배 중 낮은 금액’이라는 조건이 있는 만큼, 사회초년생 입장에서 큰 금액을 대출받기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회초년생인 만큼 연봉의 3.5배가 보증금보다 더 적기에 해당 금액만 대출이 가능했다”며 “이는 보증금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라 또다른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HUG는 대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각 세대별 보증금의 합이 건물 시세의 150% 이하여야 대출이 가능했다. 만에 하나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 세대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충분해야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5개 세대별 보증금이 각각 2억씩 총 10억이고, 해당 건물 시세가 15억 미만이라면 대출이 불가하다.

SGI서울보증의 경우 다가구주택 전세대출 상품은 취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당초 은행과 다가구주택의 경우 대출을 하지 않기로 협약을 맺었다”며 “아마 다가구주택은 세대별 구분등기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보증하는 입장에서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대출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다가구주택을 보고 있는 고객들이 찾아오면 웬만하면 다른 주택을 알아보라고 반려하고 있다”며 “만에 하나 집주인에게 문제가 생겨 해당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때 우선 들어온 세입자들부터 보증금 반환이 이뤄진다. 마지막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조건을 더 따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다가구주택 대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선 ‘집주인들의 이기심’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많은 집주인들이 자신의 건물 시세 대비 세대별 보증금을 높게 산정한다. 이는 자신의 집을 과대평가하거나, 집이 경매에 넘어갈 일이 전혀 없을 거라 자부하기 때문”이라며 “그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한테 전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주택과 집주인에게 정말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간혹 악의적으로 보증금을 지나치게 높여 깡통주택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을 일일이 따지는 건 소비자 본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법적으로도 건물의 시세보다 보증금의 총합을 낮게 책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건물은 실물자산이다. 가치는 그때그때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건물의 몇 퍼센트 식으로 보증금을 일괄적용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 입장에서 보증금을 적정 수준으로 한다면 그만큼 수요도 이어질 것이고 전세시장에 있어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 조언했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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