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후보, 당신은 누구십니까"

[기고]"후보, 당신은 누구십니까"

기사승인 2020-03-04 11:58:05

글 : 김현두 작가

몇 해 전 추석 한 신문에 실린 글을 읽었다. 서울대 김영민교수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이다. 명절만 되면 집안사람들이 당신들의 근황에 대하여 궁금해 한다는 것을 빗대어 유머와 재치로 풍자한 글 이었다. 글의 내용 중 일부 발췌 해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기도 하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중생략-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이 짧은 글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어졌다.  

내 고향은 진안이라는 아주 작은 소도읍이다. 나는 그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고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커피트럭을 타고 떠난 여행이나 대기업 통신사 CF속 모델, 책의 저자로서 기억하지만, 지금은 한적한 골목에서 90년 가까이 된 한옥에서 커피를 내리는 커피집 쥔장일 뿐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얼마전부터 선거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냐고? 아니다 진안군수 재선거가 이 지역에서는 더 이슈다. 군수선거에 나온다는 수많은 예비후보자들을 보면서 묻고 싶어진다. 당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이 누구이고 어떤 비전과 공약을 내세우는지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후보마다 내세우는 공약들의 내용은 차이는 있지만, 그 내용이 그 내용이다. 내용의 빈약함은 말해 뭐하랴. 많은 후보들이 악수를 청하면서 하는 말  ‘한번만 도와주세요’ 라고는 말하지만 주민들과 이웃들에 대한 도움 섞인 정책은 내 놓지 못한다. 수많은 문자를 발송하면서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지만 청년의 주거안정과 일자리에 대한 호소는 없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수 천장의 그럴 듯한 명함을 만들어 얼굴을 디밀지만 진안의 얼굴이 될 사람인지는 갸우뚱하게 만든는 현실앞에 30여년  지방자치의 민낯, 모든 진안군수들은 모두가 옥고를 치렀다. 진안군민으로서 부끄럽다. 그들에게 얽힌 죄목은 대부 뇌물이거나 부정한 것들 투성이었다. 

왜 우리는 그런 그들에게 되묻지 못하는가? 그리고 왜 토호세력의 권력유지와 대물림을 끊어내지 못하는가? 아니 못 끝내는 것인가? 아니면 안 끝내는 것인가? 그들은 누구인가? 정치가인가 아니면 정치꾼인가?  진정한 지역의 어른이 없는 시대에 사는 젊은 세대들은 과연 건강한 진안사회를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주거의 안정, 일자리의 안정, 아름다운 진안 내 고향에 대한 비전은 어디가고, 스스로의 명함만을 내미는가 말이다. 어쩌면 모두가 모순이고 탐욕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 미개한 것은 우리 모두이고 ‘진안군민’ 개개인 자신들이다. 그런 과오를 해도 왜 되묻지 않는가? 저들이 진안의 명성에 물을 끼얹어도, 내 고향산천을 짓밟아도 왜 우리는 되묻지 않는가? 

‘마이산케이블카’다, ‘부귀산별빛공원(천문대)’이다. 결국 행정이 추진 한 굵직한 개발 사업들은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환경부의 부동의가 나거나 중단상태에 이르고 있다. 인구가 소멸된다는 행정의 아우성은 있지만, 고민을 하지 않는 행정에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말이다.

지역사회가 자꾸만 되물어 보기라도 하였으면 좋겠다. 정치란 무엇인가? 행정이란 무엇인가? 어른이란 무엇인가? 자꾸 되물어보자. 

이쯤 되니 정치인들에게 정치는 오직 자신들의 권력 연장을 위한 수단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앞서 진안군은 지방자치 이후 모든 군수가 과오를 범해왔다. 그런데 그들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군민들 앞에 부끄러워 하고 자중하며 낮아져야 할 이들이 다시 권력을 잡고자 또 다른 정치인을 배양하고 가공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혹여 현재 진행되는 진안군 재선거도 겉무늬만 다른 후보자들이 있는 것은 아닌가? 소수의 주민들은 때로는 두려워하기도 한다고 한다. 다시 똑같은 정치세력이 권력을 집권한다면 혹여 내게 불이익은 없을까? 지역의 여러 악재들(마이산케이블카, 부귀산 별빛공원, 의료원 인사채용비리, 송천동 로컬푸드 등등) 이 진안사회에 커다란 짐이되고 악영향이 될까봐 걱정하는 주민들도 지역 내에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위험한 생각의 오류는 다시 권력을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의 아집에 빠진 토호세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군민의 안정적인 삶과 지역의 균형적이고 생산적인 정책이 먼저가 아니라 권력을 찬탈의 도구 쯤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한 내 고향 진안의 희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역을 오랜시간 장악한 토호세력들을 통해 다시 진안군정이 휘둘리게 된다면 앞서 모든 군수가 범했던 오류를 범하는 것은 자명하다. 제발 주민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먼저 고민했으면 좋겠다. 군민이 먼저가 아니라 제 밥그릇을 다시 찾는 게 중요한 선거가 되지 말아야 한다.

또 우리 진안군민 모두는 부끄러워 해야 한다. 만약에 진안군민들이 그밥에 그 나물인 후보자를 선택한다면 그 것은 지난 못된 정권에서 보듯, 악의 고리를 실현하는 것과도 같은 모습이 될 것이다.

이번 진안군수 재선거는 지난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보여준 오점(토호세력과의 결탁)과 몇몇 지역 정치인들의 독점된 권력을 끝내야 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진안의 미래는 암울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나는 진안의 유권자로서 30여년 동안 무너져버린 이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 권력집단의 재집권과 그에 기생하는 토호세력들이 다시는 진안사회를 좌지우지 못하도록 하는 최악의 선택을 막아야만 하는 것이 이번 진안군수 재선거의 최선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우리 고향 진안군에 깨어있는 소수의 연대가 큰 강을 이루고 다시 바다가 되길 소망한다. 건강한 주민연대의 힘이 일어났으면 좋겠고, 분명하고 공정한 정치가 자리 잡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후보자들에 묻는다. 그래서 당신은 누구십니까?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의 당신이 아닌 내면 깊숙이 자리한 당신이 궁금합니다. 
당신이 위기에 빠진 진안을 구할 어른입니까?
건강한 시민의 연대와 건강한 정치의 바람이 내 고향 산천에도 불어오길 바란다. 
4월 15일 봄바람을 타고서 말이다.

(진안이 고향인 여행작가)

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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