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가 불러온 살풍경…을씨년스러운 전통시장

[르포] 코로나19가 불러온 살풍경…을씨년스러운 전통시장

코로나19가 불러온 살풍경… 을씨년스러운 전통시장

기사승인 2020-03-11 03:00:00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는 등 소비행태가 변화하면서 전통시장은 다시금 적지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가 오프라인과 전통시장 소비 진작을 위해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선 상인들과 소비자들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 모양새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코로나19 확진자는 7513명, 사망자는 54명에 달한다. 특히 7일 기준 50대부터 80세 이상 등 고연령층 사망자가 4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소비행태도 바뀌고 있다. 비대면 소비, 이른바 ‘언택트’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전통시장은 이같은 변화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7일과 10일 각각 찾은 서울 길음시장과 경동시장에서는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이러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길음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다 뭐다 해서 몇주째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놀 수는 없으니 나와서 앉아있기는 한데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A씨 매장 입구에는 반쯤 사용한 손소독제가 비치돼있었다. 

A씨는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면서 “나이 많은 어르신들한테 위험하다고 하는 얘기가 나오면서 정말 확 줄었다”고 덧붙였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B씨는 “며칠째 문을 닫다가 잠깐 일이 있어서 오전에 문을 열었다”면서 “주변 상인들도 다 (가게 문을) 닫아서 시장이 휑하다”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반응도 회의적이었다. B씨는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쓰는 경우를 못봤다”면서 “(발행량·구매제한 확대도) 듣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시장은 평소보다 사람이 더 없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찾았을 당시보다 기온이 올라 따듯했음에도 일부 문을 연 상점 주인들을 제외하고 오가는 행인도 찾기 어려웠다. 

20여분만에 만난 행인 C씨는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기 위해 시장을 가로지르는 것일 뿐 구매를 위해 방문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몇년째 출퇴근 동선이라서 다니고 있지만 요즘만큼 사람이 없는 적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근길에 지나면서 눈에 들면 찬거리를 사곤 했는데 요즘은 가게도 문을 닫다 보니 뭘 사지는 않는다”면서 “마트 전화주문이나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해봤거나 사용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용해본적이 없다”고 답했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동시장은 서울약령시, 경동신시장, 경동구시장, 경동빌딩, 한솔동의보감, 그리고 유사시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면적은 약 10만㎡(3만250평) 규모에 이른다. 

국내 최대의 약재시장으로 소비재 판매 역시 상당하지만 10일 찾은 경동시장에서는 북적이던 예전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특히 시장 진입로부터 길게 이어지던 가판 등은 대부분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러웠다.

한약재 등을 판매하는 D씨는 “약재 거래하는 사람 외에 일반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회기동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말을 들어서 겁이 나긴 한다”고 우려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E씨 역시 “손님이 없다”면서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몇 주 사이에 확 바뀌었다”고 전했다. 

온누리상품권에 대해서는 그는 “대부분 카드를 쓰고 요즘은 현금도 거의 안 내는 추세”라면서 “받아본 적은 몇 번 있는데 정말 손에 꼽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민생·경제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온누리상품권의 1인 구매 한도를 월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했다. 또 발행 규모도 2억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하는 결제 비중에서 온누리상품권은 3.5% 수준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소비 촉진과 이용편의를 위해 온라인온누리상품권의 발행에 나섰지만 온라인 사용 비중은 전체 상품권 사용량의 1.6% 불과하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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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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