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에서도 여전한 ‘킹덤’의 속도감 [넷플릭스 도장깨기⑱]

시즌2에서도 여전한 ‘킹덤’의 속도감 [넷플릭스 도장깨기⑱]

시즌2에서도 여전한 ‘킹덤’의 속도감

기사승인 2020-03-18 07: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독점 콘텐츠 전편을 한 번에 공개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특징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던 초창기 '하우스 오브 카드', '마르코폴로', '데어데블'도 모두 촬영과 편집을 마친 완성된 상태로 세상에 나왔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다음 편이 나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수동적인 경험 대신 충동적으로 몰아보게 하는 적극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넷플릭스를 보느라 밤잠을 설쳤다는 반응이 나오며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몰아보기’는 넷플릭스가 작품 제작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과거 TV처럼 제 시간에 틀어놓고 보는 습관이 아닌 직접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다음 회차에 대한 흥미는 훨씬 중요해졌다. 다음 회를 보고 싶지 않은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고, 그건 곧 넷플릭스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에 유독 중독성 강한 장르물과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1월 공개된 한국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1은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었다. ‘조선시대 좀비’라는 강려한 소재와 ‘6부작’이란 애매한 분량도 독특했지만, 가장 큰 장점은 속도감이었다. ‘킹덤’이 갖고 있는 설정과 전환점이 매회 쉴 새 없이 나왔다. 예를 들면 ‘킹덤’ 시즌1 1회에는 한양에서 시작해 동래(부산)로 향하길 결정하는 세자 이창(주지훈)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기존 한국 드라마였으면 몇 편 분량을 충분히 뽑을 수 있었겠지만, ‘킹덤’에선 30분 정도면 충분했다. 마음 급한 세자의 입장을 대변하듯, ‘킹덤’ 시즌1은 부패한 관리의 탐욕과 백성들의 굶주림이라는 양 극단에서 시작한 역병 서사를 향해 빠르고 깔끔하게 정리해나갔다. 서울과 부산이란 지리적 설정으로 작품의 구도를 짠 것도 훌륭했다. ‘킹덤’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이용해 보라는 입소문이 나기 좋은 환경이었다. 실제로 ‘킹덤’은 2019년한국 넷플릭스 시청자에게 가장 사랑받은 작품 1위로 꼽혔다.

1년 2개월 만에 공개된 ‘킹덤’ 시즌2 역시 감상 중간에 끊기 힘든 작품이었다. 시즌2 1회 시작 직후 대낮에 출몰한 좀비 떼로부터 도망치는 대규모 액션 장면이 약 15분 동안 이어진다. 이는 기대한 것 이상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의지인 동시에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는 시즌2에 대한 상징이다. 시즌1에서 빠르게 달려드는 좀비들의 충격적인 속도에 떠밀렸다면, 시즌2는 미스터리와 정치 갈등이 부딪히는 게 핵심이다. 시즌1에서 궁금증을 낳았던 생사초와 생사역에 관한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 동시에 이창과 조학주(류승룡), 중전 계비(김혜준)의 정치 싸움이 얽히고설킨다. 미스터리가 풀리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건이 생기고 그 사건은 또 다음 사건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사건에 휩싸 ‘킹덤’ 속 1500년대 조선 민중들처럼 시청자들은 떠밀리듯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다음 시즌을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6회 분량을 모두 밀도 있는 이야기로 채운 김은희 작가와 연출 제작진의 공이 크다.

제작진은 시즌2 마지막에 시즌3를 향한 밑밥을 새롭게 뿌렸다. 수년 전부터 ‘킹덤’을 기획한 김은희 작가는 멈추거나 속도를 줄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킹덤’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김 작가가 밝힌 “시즌10까지 가보고 싶다”는 말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좀비들의 달리기 속도와 작품 전개 속도는 유지된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bluebell@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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