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감염 초래 병원 손해배상 검토에 집단 ‘반발’

의료계, 집단감염 초래 병원 손해배상 검토에 집단 ‘반발’

기사승인 2020-03-24 08:53:43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19 환자 관리를 소홀히 한 의료기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 지침에 의료계가 강하게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의 이 같은 분노는 지난 19일 권영진 대구시장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권 시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시설 및 병원의 관리 소홀로 대규모 감염병 확산이 확인되면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거들었다. 지난 20일 정부는 방역관리 지침을 어겨 집단 감염이 발생할 경우 요양병원 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즉각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감염자의 접촉자 명단을 누락했다며 분당제생병원을 형사 고발하는 한편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자 그대로 은혜를 배신하고 베풀어 준 덕을 잊는 몰염치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록 방역에 실패했지만 사회 질서 유지와 피해 최소화로 우리나라가 국제적 모범으로 평가 받는 이유는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시민이 솔선수범하고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몸을 아끼지 않은 덕”이라며 “의료진은 스스로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자가격리될 수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의료기관은 휴업과 폐쇄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제히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과실로 돌리고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을 운운하며 책임을 전가하려 들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의협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 방역실패와 정부기관 간 재난 의료 시스템 매뉴얼의 미비로 인해 오히려 민간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은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기는커녕 방호복과 마스크 지원 등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면서 “상황이 그런데도 최근 일련의 일부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의 의료계를 매도하는 발언은 참으로 개탄스럽고 기막힌 일이 아닐 수가 없으며 의료계가 받는 허탈감과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확진자 폭증으로 대구·경북지역이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었을 때 한 푼의 대가도 없이 전국에서 수백명의 의사들이 자원해서 사지에 뛰어들어 헌신했다”며 “잇단 의료계에 대한 협박성 발언은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보나 코로나19 사태 초기 지자체장이나 정부기관의 총체적 판단 미스로 인한 방역실패를 의료계의 잘못으로 떠넘기려는 후안무치한 술책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지난주 갑자기 정부나 지자체에서 의료계를 처벌할 수 있다는 협박성 기사가 쏟아져 당황스럽다”며 “보건정책을 지시하고 주도하는 쪽의 자기반성은 없고 오히려 환자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계를 마녀사냥 하듯 징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니 경악한다”고 지적했다.

또 “벌써부터 의료계를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은 코로나19가 끝나자마자 많은 병원과 의사가 구상권 청구나 행정처분을 당해야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며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에게 결과가 나쁘면 구상권을 청구하고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건 협박과 다름이 없다. 어느 병원에서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겠냐”고 반문했다.

의협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료인과 의료기관에게 솔선수범을 요청하기 어렵다”며 현장에서 자원하고 있는 의료인의 철수를 권고하고 코로나19 사태를 오로지 국공립의료기관과 보건소의 힘으로 극복하도록 하겠다는 초강수를 내밀었다. 이와 함께 “민간의료기관이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내원과 입원환자 및 소속 의료인의 보호에 충실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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