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은희 작가 “‘킹덤’서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 ‘정치란 무엇인가’였죠”

[쿠키인터뷰] 김은희 작가 “‘킹덤’서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 ‘정치란 무엇인가’였죠”

“‘킹덤’서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 ‘정치란 무엇인가’였죠”

기사승인 2020-03-25 08: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지난 13일 시즌2를 공개한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에는 항상 김은희 작가의 이름이 따라붙는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처럼 유명 감독이나 유명 배우의 이름이 작품을 대표하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좀비 사극이란 비주얼이 중요한 장르에서 작가의 이름이 거론되는 건 의미심장한 일이다. ‘킹덤’은 김은희 작가에게서 시작해 김은희 작가로 끝나는 작품이다. 작품 얘기를 하는 김 작가의 입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김은희 작가를 만났다. 지난해 1월 공개된 ‘킹덤’ 시즌1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로 ‘놀랍다’는 극찬을 이끌어냈다면, ‘킹덤’ 시즌2는 순수하게 ‘재밌다’는 반응을 얻었다. 김은희 작가는 처음 도전한 시즌제 형식이 자신과 잘 맞는다고 했다.

“시즌2를 하니까 합을 처음 맞추는 스태프가 아니잖아요. 척하면 척 할 정도로 호흡이 점점 좋아졌어요. 김성훈 감독님과는 2011년부터 친분이 있어서 성향을 잘 알고 있었어요. 일을 할 때 호흡이 잘 맞았죠. 박인제 감독님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텍스트를 보고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 생각하게 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시즌2에서 가장 기대한 건 6회에서 중전(김혜준)이 왕좌에 앉아 있는 장면이었어요. ‘킹덤’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서 기대했는데 잘 표현됐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할 수 있다면 시즌제 드라마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도중 김은희 작가는 초심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꺼냈다. 드라마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처음에 뭘 쓰고 싶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라는 조언을 건넸다.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의 기획의도이고, 그것이 초심이란 얘기였다. 김은희 작가에게 ‘킹덤’의 초심은 정치였다.

“제가 ‘킹덤’을 쓰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건 ‘정치란 무엇인가’였어요. 잘못된 정치에서 파생된 배고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정치란 무엇이고, 좋은 리더란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생각했어요. 또 좀비물을 한국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의도도 있었어요. 제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어요.”

김은희 작가는 ‘킹덤’ 시즌2가 공개되기 직전에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피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사람이 흘리는 붉은 피와 핏줄과 혈통이란 중의적 의미를 좀비와 왕실의 얘기로 다뤄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킹덤’ 시즌1이 좀비의 탄생이 민초들의 ‘배고픔’에서 시작한 얘기라면 시즌2는 ‘피’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됐다. 김 작가는 시즌3의 키워드를 살짝 공개했다.

“시즌3를 한다면 ‘한(恨)’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밑바닥 계층의 얘기를 다채롭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마 영신(김성규)이나 서비(배두나)의 얘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시즌1, 2에 나온 인물들의 비하인드를 더 상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시즌3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압록강 유역과 만주벌판의 생태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아마 그쪽으로 배경이 옮겨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한에 대한 얘길 한다면 시즌2 마지막에 등장한 아신(전지현)이 가장 깊은 아픔을 갖고 있는 인물이지 않을까 정도까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킹덤’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김은희 작가는 팬들을 설레게 하는 한 마디 말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시즌10까지 가보고 싶은 바람”이라는 농담 같은 선언이었다. 이 발언이 해프닝으로 끝날지, 미래에 대한 예언으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의 시즌을 계속 이어가는 가정을 해본 적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킹덤’ 시즌3는 구체적으로 생각했지만, 그 다음 얘기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힘들 것 같아요. 다만 시대를 뛰어넘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해요. 다른 시대로 가서 ‘킹덤’의 세계관을 이어받으면서 해보고 싶은 얘기도 있고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