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의 함정(The Firm, 1993)’은 존 그리샴의 베스트셀러 ‘법률사무소(The firm)’를 원작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로 번역․소개되었다. 한 젊은 변호사 미치가 ‘부와 권력’이라는 야망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빠져 나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치는 자신을 이용하여 회사의 부정(마피아의 불법자금세탁)을 파헤치려는 FBI에 어쩔 수 없이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회사의 고객인 마피아를 적으로 만들게 됨은 물론, 자신의 변호사 자격까지 영원히 잃게 될 것이 뻔하다. 결국 미치는 마피아에게는 회사의 교활한 책략을 알려줌과 동시에 그들의 서류를 빼돌려 자신이나 가족에게 보복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FBI에게는 자신의 법률회사를 합법적으로 기소할 수 있는 정보만 제공하게 된다. 결국, 미치는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활용, 치밀한 작전을 통해 FBI와 마피아 양쪽을 만족시키고 자신도 변호사자격을 잃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시드니 폴락 감독은 불법자금을 만드는 마피아조직보다는 이를 이용하여 자금을 세탁하고, 이를 빌미로 부당한 금액을 요구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법률회사조직을 더 나쁜 악마로 묘사하였다. 원작에서는 미치 부부가 화려한 도시의 삶과 변호사의 명예를 내던지고 항해를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미치도 세월이 흐르면 적당히 때 묻은 모습으로 변호사 일을 할 것이 뻔하다는 뜻에서 인지, 떠나지 않는 것으로 결말을 내렸다.
부패로 인한 혜택은 힘 있는 계층의 소수에게, 그로 인한 피해는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이 부담하게 됨으로써 사회정의를 저해한다. 이러한 부패 중의 하나가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이다. 이 영화에서도 모든 문제의 발단은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 선택한 법률회사가 불법자금을 세탁해주는 잘못된 직장이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우리 나라에서 이 ‘money laundering’을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를 직역한 ‘돈세탁’이라고 하지만, 학계에서는 현금뿐만 아니라 은행예금, 권리 등도 세탁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자금세탁’, ‘자금세정’, ‘자금정화’, ‘불법수익정화’, ‘불법자금위장’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자금세탁’(이 글에서는 ‘자금세탁’이라 함.)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20년대 미국의 한 경찰관이 마피아가 불법자금을 합법적인 자금으로 바꾸는 데에 소유하고 이용한 회사를 ‘세탁소’(launderette)라고 언급하면서 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즉, ‘마피아’가 마약밀매 등으로 불법적으로 취득한 이익이나 자금을 합리적인 것으로 가장하기 위해 이탈리아인들로 하여금 세탁소를 운영하게 하고, 이들 불법자금(black money; 검은 돈)을 합법자금(white money; 흰 돈)과 혼합하여, 불법자금을 합법적인 사업에서 취득한 것처럼 가장했다. 이에 따라 마치 세탁소에서 더러운 세탁물을 세탁하듯이 더러운 돈을 깨끗한 돈으로 위장하는 행위를 뜻하였다. (윤태범, '돈세탁행위 자체를 범죄처리해야', '한세정책', 1995, p.91. 참조)
이 자금세탁은 한 마디로 국가를 총체적 부패로 이끄는 범죄행위이다. 이러한 범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전한 윤리의식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범죄행위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을 취함으로써,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패는 국가를 몰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라는 글래드스턴(William E. Gladstone; 1809~1898)의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