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외신들이 한국 총선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등 다수 국가가 코로나19 사태로 선거를 연기한 가운데 한국만 예정대로 선거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P통신은 이번 총선 투표율이 2004년 이후 치러진 총선 중 가장 높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이번 총선 투표율은 62.6%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AP는 “지난 금·토요일에 실시된 사전투표에 역대 최고 수준의 참여가 이뤄졌고, 사회적 접촉 최소화 때문에 낮은 투표율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깼다”고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투표소 안팎의 철저한 방역 대책에 주목했다. 스카이뉴스는 ‘한국,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총선 개최’란 제목의 기사에서 대규모 검사와 추적, 격리 조치로 선거가 열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을 측정하는 한편, 손을 소독하는 등의 조치가 투표소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뉴스는 또, 한국이 4년마다 총선을 실시하며 코로나19 발병에 대한 성공적 대응으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BBC방송도 홈페이지에 한국의 총선 소식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이들은 “투표장 앞에서 1m씩 떨어진 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유권자들이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착용한 뒤 체온을 측정한 이후에야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꼼꼼한 방역절차를 소개하기도 했다.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은 일부 비평가들이 투표가 혼돈 속에 치러질지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앞서 사전투표 역시 차분하게 치러진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전투표율이 2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감염 공포가 투표 참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대구 지역에서 이날 오전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BBC는 만18세 유권자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됐다는 점도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뒤로 한국이 가장 먼저 총선을 개최한 나라 중 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외신들은 코로나19로 선거 유세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는 설명도 더했다. 선거기간이면 요란하고 소란스러운 풍경이 펼쳐지지만, 올해는 대규모 집회 대신 마스크를 쓴 채 먼 거리에서 유권자들과 만나고, 주먹이나 팔꿈치 인사로 악수를 대신했다는 식이다.
또 지난 1월에는 경기 둔화와 일자리 창출, 북한과의 대화 교착이 정치적 대화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주를 이룬다며 코로나19가 유세 내용도 바꿨다고 보도했다.
한편 BBC는 “이번 선거가 국내 재확산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현재로선 한국이 팬데믹 속에 무엇이 가능한지 또 한 번 증명하려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BBC는 미국 일부 주가 대선후보 경선을 미루고, 프랑스는 감염자 수 폭증으로 지방선거를 미룬 상황에서 한국이 선거를 치러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15개 이상 주에서 대선 경선이 연기됐으며 프랑스는 지난달 치른 지방선거 1차 투표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자 결국 2차 투표를 미뤘다. 폴란드도 5월 10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우편투표로 진행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여당이 대승하면 일본·싱가포르처럼 선거를 치를지 고민하는 정상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선거를 진행할 정치적 이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위기 컨설팅 전문업체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미하 흐리베르니크 아시아 리스크 분석 담당 수석은 한국 총선은 팬데믹 사태에서도 선거가 가능하며 위기에 잘 대처한 지도자에게는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스위스 일간 '블릭'은 한국 총선 소식을 전하며 유권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모든 투표소 앞에 체온측정기가 구비됐다고 소개하면서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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