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에 묻다] 21대 국회에 바라는건… ‘열린 귀’와 ‘겸손함’

[유권자에 묻다] 21대 국회에 바라는건… ‘열린 귀’와 ‘겸손함’

‘투표할 때 코로나 두려움 없었나’ 질문엔, “있었지만 최소한의 예방 이뤄졌다" 긍정적

기사승인 2020-04-18 05:00:00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오만함을 경계할 것.”

단독 개헌을 제외하면 못 할 일이 없게 된 여당을 향한 시민들의 명령이다. 국민들은 소수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또 정치권이 서로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합리적인 정치를 할 수 있길 바랐다.

국민들의 이같은 열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막지 못했다. 전례 없는 세계적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66.2%)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코로나도 꺽지 못한 투표 열기= 쿠키뉴스가 자체적으로 지난 총선 당일 15일부터 3일간 일반시민 30명을 대상으로 선거 당일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대부분은 두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에 사는 김모씨(50)는 “두려움은 없었다. 다만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새벽부터 움직여서 투표했다”고 말했다. 서울 거주 안모씨(41)도 “선관위에서도 신경을 썼고 민주시민으로써 권리를 꼭 행사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이겨낸 시민들의 투표를 향한 열기는 역대급 투표율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 마감 시간인 15일 오후 6시 기준 전체 선거인 4399만4247명 중 2912만8040명(잠정)이 투표에 참여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최종 투표율은 66.2%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 투표율 63.9% 이후 최고 기록이자, 2000년대 들어 두 번째 60%대 총선 투표율이다. 이에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외신들은 ‘한국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무엇이 가능한지 또 한 번 증명했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응답자들 사이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진행하기에 공간적 제한이 있는 만큼 사람들 간 간격유지는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체로 30대 이하 유권자들의 의견이었다. 포항 거주 최모씨(23)는 “줄을 설 때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살짝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손 소독과 발열체크 등이 이뤄져 최소한의 예방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서울 거주 박모씨(31)는 “투표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줄 서는 간격을 관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없는 곳도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기본적으로 손 소독제 구비, 발열체크, 비닐장감 배부 등의 조치가 이뤄져서 예방은 됐을 것 같다”고 전했다.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은=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시대변화의 흐름’에 반응해달라는 목소리가 강했다. 특히 20대 국회가 한 달 정도 남은 지금, n번방과 검찰개혁 등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부산에 사는 김모씨(25)는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n번방, 검찰개혁 등을 반드시 추진해줬으면 좋겠다”며 “21대 국회에서는 다양한 의제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여러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책임감이 막중하겠지만, 힘이 주어진 만큼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내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대전 출신 이모씨(29)는 “여성들과 청소년들을 같은 시민으로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n번방 청원이 이렇게 넘치는데 관련 법안이 미비해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은, 여성들로 하여금 같은 입장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기후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서울 거주 김모씨(36)는 “여야가 협력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경기 거주 송모씨(34)는 “기후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한국형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세계적 대응을 해나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상대 정당 간에 이유 없는 비난이 줄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는 세대 간극 뿐만 아니라 지역주의, 지역구 내 분열까지 한국 사회의 갈라진 표심이 그대로 표출됐다. 일각에선 국민심판을 받은 보수진영이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고립된 채 남으리란 우려도 제기됐다.

서울 거주 양모씨(30)는 “선진적인 정치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번에 당선된 의원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을 섬기고 봉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거주 이모씨(44)도 “여당은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소수의 이야기를 듣고, 야당도 비난 아닌 건전한 비판을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구 출신 익모씨(40)는 “여당이 잘해서 뽑았다기보다 덜 나쁜 놈을 뽑은 것에 가깝다. 특히 이번 투표결과는 혐오정치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여당 국회의원 역시 이번 선거에서 뚜렷하게 내놓은 정책이 없다. 반대 세력에서도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는다면 수용하고 소수 의견도 고려하는 합리적인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번 총선은 만 18세 유권자가 첫 투표에 나선 선거이기도 했다. 부산에 사는 최모씨(18)는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300석 중 180석을 차지하게 됐다. 이 점을 이용해 더 좋은 정치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 투표로 인해서 더 나은 정치가를 뽑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도 열심히 투표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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