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이 중병설, 위독설로까지 증폭되면서 그의 상태에 대한 각종 추측과 설이 난무하고,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열흘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의 신변과 관련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던 차에 국내의 한 북한 전문매체가 20일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해서 김정은이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의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향산특각에서 치료 중”이라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 보도하면서 의구심이 재점화됐다. 그리고 21일 오전 미국 CNN이 이 사안을 잘 아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서 “김정은이 수술 후 중대한 위험(grave danger)에 빠졌음을 시사하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미국 백악관도 ‘김정은 상태를 잘 알지 못한다“며 ’건강 이상설‘을 적극 반박하지 않았고,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관련 보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21일 오후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할만한 아무 특이 동향이 파악되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은 현재 측근 인사들과 함께 지방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첫째, 지난 4월 15일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의 생일)에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김정은이 김씨 세습왕조체제의 창시자로서 신성한 백두혈통의 원조이자 북한의 창건자인 할아버지 김일성을 기리는 태양절 행사에 불참했다는 것은 백두 혈통정치를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모순적인 반체제적 반동행위이다. 이는 그동안 유일무이한 김일성 백두혈통의 적통 세습자이자 유훈 통치의 계승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정통성과 권력 기반을 강화해 올 수 있었던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권력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적인 행동이자 정치적 불경(不敬)이다.
또한, 북한의 신정(神政)체제 하에서 신적 존재인 김일성을 부정하는 것은 곧 신성모독 행위로서 권력 붕괴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이러한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정은이 태양절 행사에 불참했다는 것은 자신의 권력 공백과 체제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협을 감수할 만큼 자신의 신변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둘째, 그동안 김정은 자신의 신체적 질병에 의한 신변이상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130kg에 달하는 비만에다가 과도한 흡연과 음주를 하고, 스위스 에멘탈 치즈와 같은 기름진 음식을 즐기며,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 모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등 심혈관계 질병의 가족력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집권 초기부터 제기됐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40일 가까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결국, 잠적 40일 만에 지팡이를 짚은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당시 김정은이 발목 근육 손상으로 인한 낭종(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국정원이 밝힘으로써 ‘건강이상설’이 확인되었다. 또한, 2014년 신년사 도중 숨을 자주 허덕이는 모습이 드러났고,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도 판문각에서 레드카펫을 지나 200미터가량 걸어온 김정은의 거친 숨소리가 그대로 전해졌으며, 같은 해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 백두산 천지 산책 당시에도 불과 10여 분 정도의 산책 도중 거친 숨을 몰아쉬는 김정은의 모습이 종종 포착된 바 있다.
이처럼 김정은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건강 이상 리스크’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 이번 그의 신변이상설이 더욱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이다.
셋째, 지금 삽시간에 전 세계 언론들이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에 대해서 비상한 관심을 가지면서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정작 북한은 이에 아무런 대응을 안 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정은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면, 당장 북한 매체가 그의 건재한 모습을 보도해서 논란을 즉시 종식시킬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고, 자신들의 주특기인 조작된 대체사진조차도 내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최고 존엄인 김정은의 신변에 대한 의심은 그 자체가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도전이자 심각한 위협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김정은의 수술설, 중병설, 위독설, 식물인간설까지 보도되면서 체제를 뒤흔드는 참을 수 없는 외부로부터의 공세가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렇다 할만한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어찌 보면 코로나 정국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부터 잊혀졌던 자신들의 존재를 환기시키기고 관심을 또다시 북한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유인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위해 태양절 불참으로 권력의 정통성을 약화시키는 어리석은 행위를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김정은이 지난 2014년 수술로 인해 40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건강상의 문제가 불거졌고, 이에 대한 대응을 놓고 내부 조율이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김정은의 신변이상설로 심리적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부는 이에 대해 답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 줘야 한다. 지금 이런 상황을 청와대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대북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지금의 북한 최고지도자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또, 주변국들과 어떤 정보교류를 하고 있는가?
국회도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20대 국회 정보위는 즉각 정보소위원회를 열고 국정원장을 출석시켜 현 김정은과 북한의 상황을 묻고 국민적 의구심과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최고지도자의 유고 상황 발생시 지도자 교체를 비롯하여 친위 쿠데타 등 유사사태 발생 가능성과 이에 따른 우리 정부와 국정원의 대응책은 무엇인지를 국민 앞에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 국방위원회도 즉각 개최하여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의 연합전략으로 북한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철저히 따지고 준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지도자 공백 사태까지 의심되는 작금의 불안 상황에 대처하는데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한미연합사령부일것이다. 정부는 우리의 대북 휴민트를 통해 습득한 정보와 미국의 대북 기술정보력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긴밀히 교류하면서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에 대해 물샐틈없는 협력과 공조체제를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반도 내의 긴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일본과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복원시켜 만일의 북한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김정은이 체제 전면에 등장해 정상적인 국정 수행을 펼치는 단계에 이를 때까지는 대북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하는 비상체제에 돌입해야 하며, 문 대통령은 상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이에 관해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대국들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여 한반도의 불안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예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지금 북한 최고지도자의 공개적 활동 부재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한반도 리스크’가 커지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방어를 선제적으로 취해나가서 불필요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경제위기, 코로나19 위기에 이어서 북한 위기라는 또 하나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과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적 3중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삼위일체의 총력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이 난국을 슬기롭게 넘겨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의 북한 상황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현 정부가 과연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 시 이에 대비할 철저한 방위체제를 갖추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분명 부지불식간에 갑자기 밀어닥칠 북한의 돌발상황과 이로 인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비해서 우리는 항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어야만 한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