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재판, 지켜보겠다” 법원 찾은 시민들… 해외 취재진도

“n번방 재판, 지켜보겠다” 법원 찾은 시민들… 해외 취재진도

조주빈 외 2인 첫 공판준비기일… 개인·시민단체 이목

기사승인 2020-04-30 03: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n번방 가해자 엄벌과 피해자 보호가 실현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눈이 많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29일 오후 2시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주빈(24), 공익근무요원 강모씨(24), 닉네임 ‘태평양’ 이모군(16)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조주빈과 강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중앙지법 곳곳에는 피켓을 든 시민들이 나타났다. 개인, SNS를 통해 구성된 모임, 시민단체 연합까지 다양한 이들이 자리를 지켰다. 시민들은 n번방 가해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한다며 입을 모았다.

서관 진입로에서 만난 A씨는 디지털 성범죄가 되풀이되는 현실에 분노를 표했다. 그는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는 동안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여성 대상 범죄의 수법은 더욱 악날해졌다”며 “n번방에서 유통된 불법 영상물을 소비한 사람은 물론, n번방이 등장할 때까지 방관한 법원·재판부 모두 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도 인터넷 상에는 피해자의 영상물이 공유되고 있다”며 “n번방 관련자들만 소탕한다고 해서 이 범죄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동편 출입구를 지킨 B씨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트위터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임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피켓을 들고 나온 나 또한 어느 단체나 조직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며 “SNS를 통해 모인 시민들이 국회와 법원 앞에서 n번방 가해자의 강력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1인 시위 참여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의 참여 인원은 약 80여명이다. 그는 “시민단체나 동아리의 경우 대표자 1명만 단체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고, 1인 시위에 동참하지만 채팅방에는 입장하지 않은 사람도 있어 실제 인원은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취재진도 n번방 사건의 귀추를 지켜보고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C씨는 지난 12월 동료와 함께 한국에 입국해 현재까지 가해자 수사·재판과 여성시민단체들의 활동을 기록 중이다. C씨의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영국·그리스 등 유럽 국적의 영상 제작자들로 구성됐다. 그는 “외국에서도 n번방 사건은 충격적인 범죄로 보도됐다”며 “다만, 범행 규모와 수법만 집중적으로 소개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n번방 사건을 비롯해 불법 영상물을 바라보는 남성과 여성의 시각이 상당히 다르다”며 “한국에서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궁금하다”고 묻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일정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피고·피해자 측 변호인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주빈의 변호인은 “대부분 범죄사실을 인정하는데 사실관계가 약간 다르게 알려진 부분이 있다”며 “영상 제작 및 배포는 모두 인정하지만, 그 원인이 모두 ‘협박’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형량을 깎아보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수십개 죄 중 한두 개 부인한다고 형량이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취재진 사이에서 ‘26만 가해자’라는 문구가 인쇄된 피켓을 든 시민을 향해 “n번방 입장 인원 26만명 아니라니까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언론의 2차가해를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n번방에서 공유된 불법 영상물과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수사 기관에서 밝힌 피해자 관련 사안들을 언론이 보도하는 것만으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피해자의 신상이 유추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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