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권‧노조 문제, 부족함 때문 사과”…‘준법감시위 독립성’ 약속

이재용 “경영권‧노조 문제, 부족함 때문 사과”…‘준법감시위 독립성’ 약속

기사승인 2020-05-07 04:00:00

[쿠키뉴스] 구현화‧송병기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농관계법 위반 등 노조 문제와 관련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노사 문제에 대해 ‘준법’을 강조하면서 ‘경영권 대물림 없는 회사’, ‘무노조 경영 철회와 노동 3권 보장’ 등을 제시하며 삼성이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민사회와 소통에 대해서도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며 삼성그룹의 준법경영을 감시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을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일 오후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요구한 권고문에 대한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입장문은 삼성그룹의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 지난 2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가 3월11일자로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7개 삼성그룹 계열 회사에 보낸 권고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이다.

앞서 준법감시위는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세 가지 의제를 선정하고, 각 의제별로 필요한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담아 30일 이내에 회신할 것을 요청했다. 대상은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다.

◇두 번의 사과와 세 번의 머리 숙임, ‘준법’ 강조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노조문제 각각에 대해 두 번 사과했다. 특히 현재 두 가지 사안 모두 본인을 포함해 회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사과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민사회와의 소통 문제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이고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설 것이라며 ‘준법’을 강조했다.

준법감시위가 제시한 3가지 의제에 대한 입장 발표에 앞서 이 부회장은 삼성이 그동안 비판을 받고 지적을 받안 온 점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언급했다. 그는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한 점’.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에 부족한 점’ 등을 꼽았다. 이에 이 부회장은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면서 “(삼성과 본인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의 잘못이”이라며 (국민들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아이들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을 것”

준법감시위가 제시한 첫 의제인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한 입장에서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경영권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개인적 소회를 이야기하며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삼성전자 등 그룹의 4세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대물림 경영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은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은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한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미래와 발전을 이끌어갈 인재 육성과 발굴에 가장 힘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무노조 경영 철회…노조와 상생, 시민사회와는 소통 강조

노사 문제에 대해서는 화합과 상생을 강조하며 삼성을 대표했던 ‘무노조 경영’ 철회를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 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다시 한번 고개숙였다.

이어 그는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감시와 관련해서는 ‘준법’이 삼성이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올해 출범한 준법감시위의 독립성을 지킬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이 부회장은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다”며 “저와 관련한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다. 그 활동이 중단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시민들을 보며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삼성 만드는 계기?…노동계는 “실천 중요”, 시민단체 “개선의지 없어”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입장문 발표에 대해 노동계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시민단체는 제도개선 의지가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입장 발표문 이후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문제는 실천”이라며 “노동조합 활동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노총은 “굳이 이 부회장의 사과를 평가절하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실천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한국노총 산하 삼성그룹 내 노동조합들은 임단협을 진행 중이거나 사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은 여전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이벤트성 사과”라며 제도개선의 의지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부회장의 입장 발표 후 논평에서 경실련은 “이번의 사과는 자발적이 아니라 급조된 조직인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의한 이벤트성 사과로 진정성과 제도 개선의 의지가 없는 맹탕 사과”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경실련은 “이재용 부회장 본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경유착 및 경제범죄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대법원의 유죄취지의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최소한의 내용도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6일 ‘불법행위에는 응당한 처벌이 따르는 것이 국민적 상식이다’ 입장에서 이 부회장의 발표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변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덕적 책임회피와 법적 자기면죄부를 위한 구색맞추기식 사과에 불과하다. 법적인 잘못을 도덕적인 문제로 치환해 두루뭉술하게 사과하는 일은 제대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박 의원은 “두루뭉술한 사과문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도 안되고, 사법기관이 이를 핑계로 면죄부를 주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박 의원은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며 “검찰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삼성바이로직스 회계조작과 관련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범죄사실을 잘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kuh@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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