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600건 넘어…울타리 확산 차단효과 99.5%

국내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600건 넘어…울타리 확산 차단효과 99.5%

기사승인 2020-05-07 16:25:59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국내에서 발생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건수가 총 604건으로 집계됐다.

또한 국내 발생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러시아와 중국에서 유행중인 것과 동이한 것으로 나타타났다. 특히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의 접경지역에 설치된 광역울타리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차단 효과가 99.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 원인과 전파경로 등을 분석한 역학조사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4월29일부터 5월6일까지 8일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4건이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첫 발생 이후 현재까지 총 604건으로 늘었다. 지난 8일 동안 검사한 시료 247건(폐사체 117건, 포획개체 130건) 중 양성이 확진된 24건은 모두 폐사체 시료였다.

이번 역학조사는 지난해 10월2일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된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585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대책 마련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20여명으로 구성된 역학조사반이 중간결과를 분석했다.

◇야생멧돼지 시료 1만6809건 분석…러시아‧중국 발생 바이러스와 동일

역학조사 중간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2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전국적으로 채취한 야생멧돼지 시료 1만6809건을 검사한 결과, 585건(약 3.5%)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는 16개 시도 177개 시‧군‧구의 멧돼지 시료 중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고성, 포천 등 7개에서만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양성으로 검출됐다. 지역별로 양성건수(검출율)는 연천 230건(39.3%)과 화천 222건(37.9%)이 제일 높았으며, 파주 96건(16.4%), 철원 29건(0.5%), 양구 3건(0.5%), 고성 3건(0.5%), 포천 2건(0.3%) 순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발생한 파주 북부, 연천 북서부, 철원 북부 지역은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출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반면 연천 동부, 화천 중부, 양구 북부 및 고성 북동부 지역은 올해 이후 신규 발생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검출된 500여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모두 유전형Ⅱ(GenotypeⅡ)로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형(현재까지 25개의 유전형이 확인됨)은 단백질을 생성하는 p72 일부 유전자의 염기서열로 분류하며, 유전형Ⅱ는 동유럽(조지아공화국)에서 발생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중국, 러시아, 몽골, 베트남 등)으로 전파됐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와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국립환경과학원은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유입경로는 러시아‧중국에서 유행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발생지역들의 발생시점 등 최초 유입 및 확산 양상을 분석한 결과 철원, 연천, 파주는 모두 남방한계선 1㎞ 내에서 발생이 시작됐다. 또 지난달 3일 처음 확진된 고성군도 남방한계선에 근접(약 0.2㎞)한 지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올해 2월에 실시한 비무장지대 환경조사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따라서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유입경로는 하천, 매개동물, 사람 및 차량 등의 가능성이 있으나, 정확한 유입경로 규명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감염경로는 폐사체나 감염 멧돼지 접촉

국내 유입 이후에 발생지역 내에서의 전파 경로는 주로 감염된 멧돼지 또는 폐사체 접촉인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판단했다.

멧돼지 간의 전파는 가족집단 내 얼굴 비빔, 잠자리 및 먹이공유 등의 행동과 번식기의 수컷 간 경쟁 또는 암수 간의 번식행동 시 멧돼지 간의 접촉을 통해 일어난다. 또 비빔목, 목욕장 등 멧돼지 생활환경이 감염 개체의 분뇨, 타액 등으로 오염된 경우 이를 이용하거나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멧돼지가 감염된 폐사체의 냄새를 맡거나 주변 흙을 파헤치고, 폐사체에 생긴 구더기를 섭취하는 과정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

다만 기존 발생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7~33㎞)에서 새롭게 발생한 화천군 풍산리, 연천군 부곡리, 양구군 수인리 등 일부 사례는 수렵활동이나 사람, 차량 이동 등 인위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향후 전파경로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멧돼지 이동차단을 위해 설치한 울타리는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차단 또는 지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지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올해 4월30일까지 설치된 18개의 2차 울타리 안에서 주로 검출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접경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광역 울타리는 약 99.5%의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4월30일 현재 검출된 585건 중 광역울타리 내에서 582건(99.5%)이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 장윤석 원장은 “앞으로 추가적인 역학조사·분석을 통해 정확한 유입 및 전파경로를 규명하여 보다 효과적인 방역 대책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가칭)의 조속한 개원을 통해 상시적이고 신속한 역학조사 체계를 갖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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