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의 모습은 사람이나 기업의 사회적 시선을 결정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를 수습하기 위한 노력과 그 실천은 사과의 진정성을 뒷받침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이 부분이 배제된다면 신뢰는 되돌리기 무척이나 어렵다.
남양유업은 최근 조직적으로 경쟁사 제품을 비난하는 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피해를 입은 경쟁업체는 유제품 소비자가 많은 커뮤니티 등에 지속적인 게시글을 업로드한 아이디를 특정해 고소를 진행했다. ‘원유 납품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다는데 방사능 영향이 있지 않냐’, ‘우유에서 쇠맛이 난다’는 원색적인 비난글이었다. 이러한 게시글은 7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커지자 남양유업은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 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 근처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당사자는 1년여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해당 건에 대해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의 입장문은 사실상 꼬리자르기에 가깝다. 경쟁사 비방 게시글에 포함됐던 내용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킴과 동시에 실무자의 개인적 판단이라는 면책수단을 스스로 부여했다. ‘당 사’가 아닌 ‘당사자’라는 단어 선택에서 이같은 의도는 여실히 드러난다.
애초에 실무자가 이같은 결정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실행했다는 점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조직이 구성원을 보호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 것은 실수가 아닌 ‘잘못’이다.
이미 남양유업은 잘못된 초기대응으로 곤욕을 치룬 바 있다. 2013년 5월 4일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고 물량을 밀어내는 갑질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해당 직원의 사표를 수리한 뒤 피해 가맹점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후 폭언이 담긴 녹취록이 확산되자 뒤늦게야 소송을 취소하고 대국민사과를 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외양간은 무너진 다음이었다.
잘못된 초기대응의 대가는 컸다. 우유시장을 선도해왔던 남양유업은 2013년을 기점으로 실적 악화의 기나긴 터널 속에 있다. 2012년 63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3년 17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016년 418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다시 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경쟁사 비방 논란은 2013년 사태와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남양유업의 대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위기 속에서 또 다른 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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