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훼손 안 돼” vs “회계 불신” 정의연에 쏟아지는 지지와 화살

“운동 훼손 안 돼” vs “회계 불신” 정의연에 쏟아지는 지지와 화살

기사승인 2020-05-14 06:15:00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처 관련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위안부 인권운동이 훼손될 수 있다며 정의연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후원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연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의 증언을 흠집 내고 일본군 성노예제의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국내외 세력과 ‘2015 한일합의’의 주역인 적폐세력이 30년 운동의 회한이 담긴 피해자의 ‘말’을 의도적으로 악용해 사태의 본질을 ‘진실공방’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현 상황은) 30년 운동을 무력화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인권운동 전체에 대한 탄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씨가 정의연과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으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정의연이 회계내역이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씨는 수요집회 학생성금과 관련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고 질타했다.  

정의연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지원 및 회계 내역 등을 공개했다. 정의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2017년까지 3년간 일반 기부수입은 22억1900여만원이다. 이 중 피해자 지원사업비로는 9억1100여만원이 쓰였다. 일반 기부수입의 41%다. 피해자 지원사업비 중 8억원은 화해치유재단이 지급하는 10억엔을 거부한 피해자들을 위해 1억원씩 지급된 ‘여성인권상금’이다. 

정의연은 이날 “정의연은 일본 정부의 범죄인정, 진실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교육·사료관 건립 등 재발방지 대책 마련 활동을 해왔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안정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기부금은 지정된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다며 유용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정대협이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에 기부금 수혜자가 999명, 9999명 등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것에 대해서는 “부족한 인력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고쳐나가겠다”고 사과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의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참여연대는 “정의연에 대한 묻지마식 의혹 제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제도적 미비함이나 사실관계 확인으로 해명될 수 있는 것도 마치 숨겨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4개 여성단체도 “지난 1990년 정대협 설립 이후 피해자와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위안부 문제가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며 “위안부 운동을 분열시키고 훼손하려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이야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등 21개 시민·사회단체도 정의연 지지에 목소리를 보탰다. 

정의연이 흔들리면 지난 30년간 지속되어 온 위안부 인권 운동이 구심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은 90년에 설립됐다. 수요시위를 비롯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설립, 위안부 기림비 설치, 유엔인권이사회 대응 등의 활동을 진행해왔다. 이는 전 세계에 위안부 문제를 여성인권침해 문제로 알리는 초석이 됐다. 

다만 비판도 여전히 나온다. 정의연의 활동 내역을 감안하더라도 위안부 피해자에게 소극적으로 지원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정의연이 피해자 지원사업비로 쓴 9억1100여만원 중 여성인권상금 8억원을 제외, 실질적으로 피해자에게 쓴 비용은 1억1100여만원에 그친다. 지난 2018년과 지난해를 기준으로 삼으면 일반기부금의 약 5%를 피해자 지원에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씨를 기리며 만든 ‘김복동장학금’의 수혜자가 모두 시민단체 활동가의 자녀라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부실한 회계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세청 공시자료에 따르면 정의연은 2018년 디오브루잉주식회사에 기부금 3300여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공시 기재 오류로 전해졌다. 정의연은 “모금 활동을 위한 행사비용의 총액이었다”며 “후원의밤 사업비용 지급처인 디오브루잉주식회사를 (대표) 지급처명으로 입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세청 측도 이를 기재 오류로 판단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재오류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정의연은 2018년도 기부금 수익을 22억7300만원 남기고도 2019년 서류에는 이월 수익금을 0원으로 표기했다.    

시민·사회단체의 기부·후원금 운용에 대한 불신의 벽은 높다.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한 간부가 3300만원의 국민 성금을 유흥비로 탕진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동물보호단체 가온의 서모(37) 대표는 ‘개농장 폐쇄, 동물구조 및 보호’ 후원금을 가로채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서 대표는 모금된 9800만원 중 10%인 970만원만 동물보호에 쓰고 나머지 금액을 생활비나 여행비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다른 동물보호단체인 케어에서도 후원금을 불투명하게 운영, 동물을 보호하는 대신 안락사 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은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과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을 횡령과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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