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죽음, 아파트입주자 손배청구 가능할까?...“감정노동자보호법 적용해야”

경비원 죽음, 아파트입주자 손배청구 가능할까?...“감정노동자보호법 적용해야”

"손배청구는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불가"

기사승인 2020-05-16 19:33:41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지난 10일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던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경비원 A씨는 지난달 21일 이중 주차된 차량을 밀며 주차 공간을 마련했는데, 이때 나타난 입주민 B씨가 자신의 차량을 밀려는 A씨를 밀치면서 시비가 붙었다. 이날 이후 B씨의 지속되는 폭행과 협박을 견디지 못한 A씨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아파트 단지 내 개인의 일탈로 인해 해당 단지 주민이 정신적 및 물질적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개인을 상대로 집단의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도입 등 감정노동자보호법 마련을 통해 이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주장했다.

◇입주자 손해배상 청구 어려워=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6월 말 기준)까지 5년간 공공임대주택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입주민이 가한 폭언·폭행은 2923건에 달한다. 또한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폭언·폭행도 7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2014년 11월 강남구 모 아파트 입주민의 횡포와 모욕으로 인해 경비원이 분신자살한 사건 ▲2016년 5월 서초구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관리사무소장에게 발언한 ‘종놈’ 막말 사건 ▲2018년 5월 경기도 오산시 모 아파트 입주민이 ‘인터폰을 받지 않았다’며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 ▲2018년 10월 서대문구 한 아파트 입주민이 70대 경비원을 폭행해 사망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자들의 정신적 및 물질적 피해배상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입주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하다.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인향 김래완 변호사는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개인을 상대로 한 집단의 손해배상 청구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집값 등과 같은 물질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서는 “집값이 오르고 떨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것이고, 영향만 끼친 거라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용관계 개선해야=대신 전문가들은 산업안전보건법(감정노동자 보호법) 등 고용관계에 관한 법 개정을 통해 이같은 비극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현행법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 간섭 배제 등) 제6항에는 ‘입주자 등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 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위반 시 처벌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이같은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갑의 위치에 있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고,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의2를 신설하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같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도 공동주택 경비원을 포함한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 관계자는 “공동주택에서 일어나는 각종 갑질 및 부당 간섭 방지를 위해 함진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안이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큰 틀에서 일부 내용만 반영됐다”며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갑질과 폭력 등으로부터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이 반영된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입주자대표회의 측과 관리업체는 갑을관계인 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 변호사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원 관리업체는 위탁관계에 있다. 관리업체 측에서 항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고 해도 해당 업체가 재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든지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안타까워했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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