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노조 지위를 박탈한 것과 관련 적법성을 다투는 공개 변론이 소송 7년 만에 열렸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20일 오후 2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사건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이 진행됐다. 지난 2013년 소송이 시작된지 7년만의 일이다.
전교조는 2013년 10월24일 합법노조 지위를 잃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는 “해직 교사는 조합원이 될 수 없다”며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이후 전교조에서 노조 전임으로 활동하던 교사 34명이 해고돼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전교조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이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전교조 측은 이날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법의 이름으로 법을 말살한 것이다. 법치주의의 원칙과 법치행정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부당함을 강조했다. 이어 “해직자 9명의 권리를 위해 34명이 해고됐다. 조합원 6만여명이 권리 박탈을 감수했다”며 “헌법과 노동조합법은 어려움에 처한 동료와 연대하고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본질에 대해 헤아려 달라”고 이야기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전교조는 설립신고 당시 허위 규약을 제출해 행정청을 기만했다.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법적 보호 테두리에서 이탈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치주의 안에서 다원성을 추구하는 것이 참 민주주의”라며 “국가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관계를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상고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쟁점은 세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이 위법·위헌인지에 대한 여부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에 따라 전교조에 법외노조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모법(母法)인 노조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다. 전교조 측은 법률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교원노조법은 교원이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명백하게 규정돼 있다. 시행령 조항은 상위 법령인 교원노조법과 노조법 위반의 집행에 필요한 절차와 형식”이라며 “단지 법률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명확한 위반 상태를 방관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근로자가 아닌 자를 노조원으로 볼 수 있는지와 가입했더라도 노조의 ‘자주성’이 확인된다면 적법한지에 대한 입장도 부딪혔다. 자주성은 실제 근로자의 뜻에 따라 노조가 운영되는지를 뜻한다. 전교조 측은 “법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만 금지할 뿐 ‘참가’는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이를 적용할 시) 현존하는 상당수의 노조가 법외노조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전교조의 입장을 수용하면 노조의 근본적인 정의가 흔들린다는 점과 노조의 자주성을 심사할 방법이 없다는 점, 심사하더라도 정부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재량·기속행위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느냐도 쟁점이 됐다. 재량행위는 행정기관이 자유롭게 판단하고 처리함을 인정하는 처분이다. 기속행위는 기관의 자의적 판단을 배제, 법규대로 집행하는 것이다. 전교조 측은 헌법재판소가 법외노조 통보를 재량행위라고 결정 내린 점을 들며 “다른 노조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전교조에 대해서만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재량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헌법재판소 판단에 부동의하며 “설령 재량행위라 하더라도 남용이 아니라 신중하게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날 대법정에서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기획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교조 측은 “정부의 규약 시정 명령과 법외노조 통보는 정치 반대 성향을 가진 전교조를 표적으로 삼았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측은 “인정할 수 없다.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한겨레21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2010년 청와대에 “해직자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이유로 불법단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 후 보수 학부모 단체에 “전교조의 교원노조법 위반 규약 비판 여론을 조성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단체는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에 ‘전교조 설립취소 검토 요청’ 공문을 보냈다.
법정 밖에서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정치적 기획’이었기에 제자리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교조는 이날 변론에 앞서 대법원 앞에서 “법외노조화 과정은 부정한 국가권력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짓밟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전교조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참교육이며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양승태 사법부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 특정 재판을 거론하며 청와대에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협력을 구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박근혜) 청와대가 전교조 사건을 최대 현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만약 재항고를 기각하면 역풍이 불 수 있고 사법부에 대한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배경 설명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법외노조 판결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같은 날,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55개 보수 시민단체는 ‘교원노조법 위에 군림하려는 전교조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해직된 교사는 교사가 아니다. 법을 준수해야 할 교사의 모임인 전교조가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합법적인 노조로 볼 수 없다”며 “이번 소송은 실정 법률에 반하는 판결을 내려달라는 억지스러운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전교조 때문에 교육이 망가졌다” “아이의 학원비는 아깝지 않지만 전교조 교사가 있는 학교에 갈 세금은 아깝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앞서 1, 2심은 법외노조 통보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6년부터 대법원에 계류됐다. 대법원 공개 변론이 진행됨에 따라 판결은 연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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