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 #“가방! 가방 가져가야지!” 신이 난 듯 교문으로 뛰어가던 아이를 부모가 불러 세웠다. 새 책가방, 새 신발주머니. 지난 3월 입학을 위해 사두었던 물품들이다. 가방에도 새학용품이 가득하다. 다른 물품도 눈에 띄었다. 마스크와 개인용 손소독제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문에 들어서기 전 학생에게 “마스크 절대 벗으면 안 돼” “친구랑 손잡고 노는 것도 아직은 안 돼”라고 당부했다.
굳게 닫혔던 교문이 드디어 열렸다. 학생들은 들뜬 모습으로 첫 등교를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학생들의 첫 시작을 지켜봤다.
27일 초등학교 1·2학년 등교 수업이 시작됐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초등학교는 이날 오전 학생 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청량초는 4개의 출입문 중 1곳만 개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발열 검사 등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다.
오전 8시10분, 엄마의 손을 잡은 학생이 등교했다. 발열체크, 손소독 후 교실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청량초는 교문 앞과 건물 출입구 앞, 교실 내에서 총 3단계 검사를 거친다. 마스크 착용과 발열 여부 등을 확인한다. 건물 앞에서는 페이스실드를 쓴 교사들이 ‘거리두기’를 지도하며 학생의 체온을 쟀다.
오전 8시45분이 지나자 교문 앞은 학생과 학부모로 붐볐다. 발열체크를 위해 학생들은 줄을 서서 입장했다. 교문 앞에 선 교사와 학교보안관은 오랜만에 만나는 2학년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반갑게 인사했다. 쭈뼛거리며 교문에 들어서는 1학년에게는 몇반인지 물으며 동선을 상세히 안내했다.
이날 학부모의 입장은 제한됐다. 학생들은 학부모와 교문 앞에서 인사를 나눈 후 교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교실로 향했다. “입학식을 치르는 줄 알고 왔다”며 손자와 아쉬운 작별을 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학생이 등교한 후에도 일부 학부모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며 우려했다. 학부모들은 철제 담장을 사이에 두고 학생이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초등학교 1학년 손주를 첫 등교시킨 임옥인(74·여)씨는 “아이가 학교에 간다고 하니 아주 좋아했다”며 “그동안은 어딜 나가지 못했다. 매우 답답해 해 안쓰러웠다”고 전했다. 학부모 김모(38·남)씨는 “학교가 처음이라 아이가 좀 긴장한 거 같았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학교를 가보지 못했다. 등교 소식을 전하니 매우 설레어했다. 옷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입혀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코로나19가 불안하지만 등교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2학년 자녀를 둔 이모(39·여)씨는 “급식이나 단체 생활 등이 걱정되긴 하지만 집에서는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누가 옆에서 지도해주지 않으면 학습자료를 보고 공부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손모(34·여)씨는 “집에만 있으니 아이가 매우 힘들어하고 저와 ‘트러블’도 잦았다”며 “코로나19가 불안하지만 학교에서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 상가도 활기를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문을 닫았던 분식집 겸 문구점도 학생 등교에 맞춰 수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상인 박유숙(66·여)씨는 직접 제작한 천연소독제로 가게를 닦으며 학생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는 “그동안 학생들이 없어 쭉 쉬었다”며 “옛날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등교가 시작된 만큼 학생들이 준비물 등을 사러 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청량초 측은 철저한 방역을 강조했다. 지난 23일 학생 등교에 대비한 전교원 예행연습을 진행했다. 급식실과 화장실 등에 거리두기를 위한 ‘마킹’도 완료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님들께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걱정이 많으신 것을 이해한다”며 “학교에서는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해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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