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회계부정 등의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이 침묵을 깼다. “횡령은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지만 일각에서는 해명이 불충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전 이사장은 2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씨가 정의연과 윤 전 이사장을 비판하는 두 번째 기자회견을 진행한 지 나흘만이다.
윤 전 이사장은 “믿고 맡겨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상처와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몰아치는 질문과 의혹제기, 때로는 악의적 왜곡에 대해 빠르게 사실관계를 설명드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들께서 충분하다고 판단하실 때까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 세세한 내용을 모두 말씀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의연과 정의연의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활동·사업 관련 의혹과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것, 주택 구매 및 자녀 유학자금 마련 경위 등에 대한 해명이 나왔다. 윤 전 이사장은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었다. 계좌이체내역을 일일이 다시 보니 허술한 부분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이 제기된다. 윤 전 이사장은 ‘모금한 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쓰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현금지원을 목적으로 모금한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1992년과 아시아 여성평화국민기금, 2015 한일합의 등 세 차례에 걸쳐 전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모금된 금액을 균등하게 분배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대협은 생존자 복지 활동을 포함해 문제 해결을 위한 다방면의 활동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지난 1993년 정대협 주도로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 및 기념사업지원법’이 제정됐다”며 “성금을 전부 할머니에게 지원하지 않느냐는 일부 비난은 그간 성과와 정대협·정의연 운동의 지향을 살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의연 측의 해명과 같다. 정의연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은 피해자들의 생활안정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부금이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에 사용될 줄 알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위안부 피해자 이씨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정대협에서) 모금을 하는데 왜 하는지 몰랐다. 교회든 어디를 가도 돈을 주면 ‘그런가 보다’ 하면서 30년을 운동해왔다”며 “(모금을 마친 후) ‘배가 고프니 좀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면 ‘돈 없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질타했다. 기자회견 생중계를 지켜본 박모(28)씨는 “위안부 단체라면 피해자들을 위해서 지원금을 사용하는 것이 첫 번째 아니냐”며 “피해자들의 삶을 제대로 위로했다면 논란 자체가 일지 않았을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개인계좌 후원금 모집도 ‘사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윤 전 이사장은 “전체 할머니를 위한 것이 아닐 경우, 개인 계좌로 모금했다”며 “4개의 개인 계좌로 9건의 모금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9차례나 개인계좌로 모금을 했다”며 “개인계좌로 모금을 받는 시민단체는 없다. 과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전례가 있지만 당시 쌍용자동차 노조의 계좌가 손해배상 때문에 가압류됐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계좌로 후원금이 들어온다면 감사를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개인의 ‘증언’에 기대어 감사할 수 없다”며 “이와 관련 감사를 진행하게 된다면 윤 전 이사장은 본인의 모든 계좌를 다 내놔야 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자녀의 유학자금 출처도 논란이다. 윤 전 이사장은 이날 “딸 미국 유학에 소요된 자금은 거의 대부분 남편의 형사보상금 및 손해배상금에서 충당됐다”며 “그 외 부족한 비용은 제 돈과 가족의 돈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이사장의 남편과 가족들은 ‘간첩조작 사건’ 재심에서 일부 무죄를 받아 2억4000만원의 형사보상금 및 손해배상금을 받았다.
의문은 남는다. 윤 전 이사장의 자녀는 미국 UCLA 음대 대학원에서 지난 2018년 9월부터 석사과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UCLA 홈페이지에 게재된 석사과정 1년 수업료는 약 3만2000달러(한화 약 4000만원)다. 앞서 윤 전 이사장은 2018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6학기 동안 소요된 학비와 기숙사비 등 총 8만5000달러(약 1억500만원)라고 해명했다. 미국 유학생 출신 최모(32·여)씨는 “수업료와 기숙사비 외에도 교재비, 식비 등을 생각한다면 나올 수 없는 금액”이라고 이야기했다.
윤 전 이사장은 지난달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30일부터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