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조합장이 금년에는 자금 차입 문서의 이자 지급조건을 총회 의결 없이 날치기로 변조해 형사고발 중입니다. 또 지난해에는 30만원 벌금형, 올해 3월에는 150만원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억지 시공사 선정을 강행하려고 조합원들에게 처벌 내역을 고지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우리 조합의 감사는 2명으로 각 37년생, 40년생입니다. 업무만 잘 수행한다면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조합 예산 결산안에 결손금이 3조로 터무니없는 금액이 기재되어 있음에도 감사보고서에 날인하는 등 감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합장 및 조합 임원진들의 비리 의혹 문제를 취재하던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의 몇몇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이 전한 말들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 및 임원진들의 비리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특정 지역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올해 4월만 해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진행했던 재개발·재건축 조합 합동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대상이 된 사업지는 장위6구역, 면목3구역, 신당8구역, 잠실미성·크로바구역, 신반포4지구, 상아아파트2차, 한남3구역 등 7개 조합이다. 당국은 조사를 통해 조합 운영 및 시공사 입찰 등에 관련된 법령 위반사항 162건을 적발했다. 7개 조합 모두 수사 의뢰된 위법 사항을 최소 한 두건씩 갖고 있다. 여기에는 조합장의 문제도 여럿 포함돼 있었다.
조합장 등의 비리 문제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대체 뭘까. 기자는 정부, 기업, 시민 모두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아 경쟁을 조장하는 언론 매체도 물론이다.
당국에서는 뾰족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위 적발 사례 중 18건은 수사의뢰, 56건은 시정명령, 3건은 환수조치, 85건은 행정지도 조치에만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다. 당국은 정비 사업은 오래전부터 민간사업의 영역인 만큼 현재로서는 조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불법을 적발하는 게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정 전에는 정부 조사에서 비리가 밝혀지면 정부가 바로 조합장을 교체할 수 있고 인허가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권한이 없다.
금품 살포 등을 자행하는 건설사는 어떠한가. 이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당국의 규제가 심해졌을뿐더러, 업계 자정 노력도 있는 만큼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힘을 주며 말한다. 그러면서 요새는 조합이 ‘갑’, 건설사가 ‘을’이라며 신세한탄을 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을’이 되길 택한 건 이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자. 앞서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GS건설은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일부 조합원을 상대로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 혹은 고가의 식사나 과일 바구니 등의 향응을 제공했다. 여기서 스스로 갑을 관계를 형성한 건 조합인가 건설사인가. 사업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하지 말자.
문제를 제기하는 조합원도 극히 일부다. 대다수 조합원들은 사실에 무지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새다.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해 조합 예산에 피해를 입혀, 법원으로부터 형사처분을 받는 등 구체적 사건이 있음에도 말이다. 이들은 오히려 비리 문제를 이슈화 시킨 조합원에게 ‘누워서 침 뱉기’라며 손가락질을 한다. 이들에게 조합장은 사업만 빨리 진행하고 시세차익을 안겨주면 오케이(OK)다.
결국 모두 반성할 필요가 있다. 조합장의 권력남용을 방조하지 않기 위해선 이들을 향한 정비업계 이해관계자들 모두의 관심과 감시가 행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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