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10대 건설사들의 빚을 두고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해당 빚에 대해 건설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기존 사업에 대한 부진이 경영실적의 악화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10일 신용평가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호반건설 제외 SK건설 포함)의 전체 총 차입금(장·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사채)은 약 21조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말(약 19조원) 대비 11.6%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차입금/총자산*100)도 15.33%에서 23.74%로 8.4%p 증가했다.
차입금이란 이자와 원금상황을 가진 부채다. 차입금의존도는 차입금을 순자본과 부채를 합한 자산으로 나눠준 비율을 의미한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통상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올해 3월 기준 삼성물산의 총 차입금은 약 3조7373억원으로 지난해(3조4173억원)보다 9.36%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도 지난해 7.4%보다 1.4%p 증가한 8.8%였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의 차입금은 8.2%, 차입금의존도는 0.3%p 늘었다. 대림산업의 차입금은 13.5%, 차입금의존도는 1.6%p 늘었다. 또한 포스코건설의 차입금은 9.4%, 차입금의존도는 1%p 증가했다.
차입금 규모와 의존도가 가장 높아진 건설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차입금은 66.8%, 차입금의존도는 5.3%p 증가했다. 그 다음으로는 GS건설과 대우건설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의 차입금은 각각 19.5%, 13.2% 늘었다. 의존도는 각각 2.9%p, 2.8%p 늘었다.
차입금과 의존도가 감소한 건설사는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SK건설 3곳이었다. 각각 현대엔지니어링(-4.2%, -0.3%p), 롯데건설(-0.1%, -0.7%p), SK건설(-9%, -4.4%p) 등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이같이 건설사들의 차입금 규모와 의존도가 느는 이유로 코로나19와 당국의 규제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 등에 투입하기 위한 비용 마련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차입금과 의존도 증가 이유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래도 가장 크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개발 사업을 하기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다보니 차입금을 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금 마련에 대한 위기의식도 있지만, 동시에 이같은 상황에선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저희는 차입금 사용에 대한 뚜렷한 목적성이 있는 만큼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도 최근 국내외에서 모듈러, 태양광, 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사업으로는 인도 태양광발전소 개발 사업에 진출했으며, 미국과 유럽의 선진 모듈러 업체 3곳을 동시에 인수하며 글로벌 주택건축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항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서 2차 전지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차입금 발생해 상대적으로 규모나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토지 매입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사업 발굴이 이뤄지다 보니 차입금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리스크가 큰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건설사에게 있어 현재 국내외 시장 모두 사업성이 좋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이같은 신사업에 열을 올리는 건 일종의 돌파구 마련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건설사들의 경영실적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차입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신사업을 한다고 해서 빌리는 돈이 많지 않다. 기존 사업에 대한 실적 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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