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배려? 배제? 21대 국회, 민주당 독주 우려 ‘확산’

소수 배려? 배제? 21대 국회, 민주당 독주 우려 ‘확산’

기사승인 2020-06-19 05:00:00

- 소수정당들, 국회 상임위 배정 두고 대놓고 반발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 통합 ‘배수진’에도 민주, ‘마이웨이’… 북한 위협에 본회의 일정만 ‘조율 중’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1대 국회가 4일째 절름발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후 박병석 국회의장과 함께 상임위원 배정까지 마치자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박 의장이 공언한 국회 구성 시한이 다가오자 소수정당들도 그간 가슴 속에 담아놨던 불편함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에 당초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치고 다짐했던 ‘협치와 상생’이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불신과 갈등’으로 점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지난 15일 국회 원 구성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워온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 본회의가 열렸다. 이어 6개 상임위원장 선출과 소속 위원배정이 이뤄졌다. 이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사임의사를 밝히고 칩거에 들어갔다.

통합당 중진 의원들은 국회의장에 의해 강제 배정된 상임위원장직을 전면 거부했고, 상임위에 배정된 통합당 의원들은 4일째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칩거 중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태도가 바뀐 게 없어 국회에 복귀할 마음이 없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민주당은 원 구성 시한인 19일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박 의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원 구성 및 향후 의사일정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위기감이 고조된 남북관계를 명분으로 본회의 일정이 다소 연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합당의 의사일정 거부에도 불구하고 상임위원장 선출 및 상임위 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이날 회동에서도 박 의장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뜻을 같이하며 조속한 원 구성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부분은 없다. (박 의장이) 그간의 협상상황 등을 종합해 결단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 소수정당·시민사회 우려와 불만 커져 가는데… 반응 없는 민주당

일련의 소식에 통합당을 넘어 소수정당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초 민주당에 내세웠던 소수정당에 대한 배려는커녕 통합당조차 외면당한 사실상 민주당 단독의 1당 국회가 실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임위 배정에서부터 협치와 상생은 없고 불신과 외면만 존재했다는 것.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앞서 상임위 배정을 두고 “보건복지위원회를 신청했으나 당과 제 뜻이 관철되지 못한 채 다른 상임위로 배정됐다. 뿐만 아니라 겸임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에도 정의당이 배제됐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국회법상 국회 운영의 효율성만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교섭단체가 국정 운영 전체를 독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근본 원인은 상임위 배정에서도 교섭단체가 우선권을 갖는 관행이다. 국회 운영의 효율성만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교섭단체가 ‘국회 운영’뿐 아니라 ‘국정 운영’ 전체를 독식하기 때문”이라며 “21대 국회 시작부터 ‘관행’을 두고 대립한 교섭단체 양당(민주당·통합당)이 결자해지해야 할 구태의 유산”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정무위원회 지원했지만 외교통일위원회에 배정된 이태규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외교위 전체회의에서 “(회의에) 제1야당은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여당의 일방적·독선적 회의가 의회 민주주의 정신에 반하고 야권을 지지했던 절반의 민의를 배제하는 명백한 민의 왜곡행위라는 것을 지적하고 비판한다”고 민주당과 박 의장의 행태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정치권 내부적인 불만도 감지된다. 한 소수정당 관계자는 “국회법이라고 하는 것이 교섭단체 간의 합의에 너무 과도한 권한을 준 것이 아닌가 한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협치와 상생을 이야기하는데 더 무서운 것이 민심이다. 민심에 기반한 21대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 상임위 구성에서도 이를 반영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야권 당직자는 “국회의원들마다 주특기가 있고, 그에 맞는 각오도 다 가지고 있는데 소수정당들의 상임위 배정결과를 보면 대부분 그들의 뜻과는 맞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국회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이런 결과는 옳지 않다”며 “더구나 여당은 소수정당의 의견을 수용해 협치를 끌어갈 입장도 보이지 않고 있다. 왜 이렇게 하는지 다들 분개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거부하고 야권이 연대해 항거하는 것은 20대 국회처럼 식물국회의 모습을 재현하는 꼴이라 또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주게 될 것 같고, 수용하자니 계속되는 여당의 독주에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할 야당의 중요한 책무를 방기하고 독재로 가는 길목에 합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도 힘을 보탰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18일 보건복지위원회 배정을 희망했던 정의당 배 원내대표의 복지위 배정을 촉구하며 “의원들이 진정으로 열정을 가지고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상임위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 “‘일하는 21대 국회’를 목표로 낡은 관행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민주당은 상임위 배정의 관행 청산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좋은 관행, 나쁜 관행을 나누는 ‘내로남불’이 없어야 민주당의 진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상임위 배정에서도 교섭단체가 우선권을 갖는 관행을 타파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려줄 것으로 당부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