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최근 강원 원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의 피해자가 베트남 이주여성으로 확인됐다.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 피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18일 “남편의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으나 살해당한 베트남 이주여성과 자녀의 명복을 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피해 이주여성은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혼을 했다”면서 “가해자 한국인 남편은 집으로 찾아와 이주여성의 자녀를 무참히 살해하고 뒤늦게 귀가한 이주여성도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오전 원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로 인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주여성 A씨(37·여)와 아들 B군(14)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전 남편 C씨(42)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A씨와 B군의 몸에서는 흉기로 인해 생긴 상처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씨가 A씨와 B군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약 15년 전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이주여성이다.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B군을 낳았으나 이혼했다. 이후 혼자 B군을 키우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두 번째 남편인 C씨와는 지난 1월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지난 1999년 군복무 중 탈영해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적발돼 17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C씨는 재혼 후 A씨에게 가정폭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C씨는 지난 1일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였다.
A씨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남편의 폭력 등으로 사망한 이주여성은 지난해 7월 기준 21명에 달한다. 이는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종합한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인 남성 김모(37)씨가 베트남 출신 부인의 얼굴과 옆구리 등을 무차별 폭행하고 함께 있던 아들을 학대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SNS에 공개돼 공분을 샀다.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은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처벌은 무겁지 않았다. 광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염기창)는 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주여성 폭력피해 관련 상담은 2523건에 이른다”며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주여성의 죽음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다”며 “정부 대책이 이주여성의 현실에 가 닿지 않는 이유를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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