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봇 금융상품 추천해줘”…포스트 코로나 ‘소비자 중심’ 금융 온다

“OO봇 금융상품 추천해줘”…포스트 코로나 ‘소비자 중심’ 금융 온다

기사승인 2020-06-24 01:00:00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A씨는 최근 안전한 재테크 방식을 찾고 있다. 큰 고민 없이 A씨는 스마트폰을 열고 자신이 사용하는 ‘OO금융’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의 ‘OO봇’을 열었다. “매달 20만원 납입할 적금상품 추천해줘”라고 말한 A씨는 자신의 소비패턴과 금융기록들을 분석해 나온 A은행, B페이, C증권 등의 적금상품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비대면으로 가입했다.

#B씨는 O사에서 가입했던 ‘생활보험’의 보험료가 내려갔다는 문자메세지를 전달받았다. 생활보험에 연동된 B씨의 운전습관을 데이터화하고 전달된 정보들이 보험과 연동돼 자동으로 보험료가 할인된 것이다. 여기에 B씨는 내려간 보험료만큼 최근 취미생활로 시작한 자전거 라이딩 안전을 위해 비대면 모바일 어플로 달린 거리만큼 지급하는 ‘연동형 자전거 미니보험’ 상품을 구매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업계에서도 ‘디지털화’와 ‘비대면 금융’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변화 속 은행업계와 보험업계는 디지털화와 함께 ‘소비자 중심 금융’으로 개편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코로나 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디지털 대전환’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포스트 코로나로 인해 금융권에 생겨날 주요 변화점으로 ▲핀테크의 대두로 인한 금융의 ‘플랫폼’화 ▲기존 금융업계 지위의 상실 ▲금융소비자 중심 금융으로의 전환이 중점적인 사항으로 다뤄졌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은행업계는 핀테크사들의 대두로 인해 그동안 누려왔던 우월적 지위는 없어지거나 축소될 것이라 내다봤다. 여기에 디지털 경쟁에서 밀릴 경우 은행이 그저 핀테크 금융 플랫폼에 금융상품을 납부하는 ‘상품 제조자’ 역할을 맡는데 그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내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은 “코로나19로 디지털 금융 확산과 비대면 산업 육성은 은행들에게 개별 업무보다 플랫폼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인공지능(AI) 및 고객들의 정보들을 종합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종합 금융 서비스들을 금융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디지털화로 인한 핀테크업계의 대두는 기존 은행들의 시장우월적 지위를 점점 잃어가게 될 것”이라며 “기존 은행사들의 가진 장점인 ‘고객 접점’을 유지하고 고객 중심적 경영과 리스크 관리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동환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대표 겸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총괄 부행장도 기존 금융사들이 고객 중심 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금융사들이 디지털화를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더욱 고객들과 밀착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며 “이제는 절차적인 ‘완전판매’를 넘어 고객들의 정서적 면모의 ‘완전판매’가 이뤄져야 이전의 금융사들에서 일어났던 불완전판매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란 것은 결국 고객과 회사간 신뢰를 주고받는 곳이라, 고객 신뢰를 잡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까지는 직원을 통하거나 규제시스템으로 신뢰를 쌓아왔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고객 신뢰를 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업계의 디지털화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업계에서도 큰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석호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의 디지털화로 인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간 구분이 사라지고,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보험상품 슈퍼마켓’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더 이상 과거의 전통적 소비방식으로 돌아가지 않게 될 상황에서 보험업계도 디지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디지털화가 가속될수록 보험 개념은 자동차나 동산 같은 재물이 아닌 사람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은 ▲자동차보험료의 합리적인 개선 ▲보험소비자들이 필요한 시점에만 가입하는 ‘온디멘드’ 보험 상품의 활성화 ▲블록체인과 AI 등 디지털기술을 통한 보험금 지급 효율화 ▲핀테크 업체의 대두로 인한 대형 마트와 같은 ‘초대형 판매회사’의 등장 등 설계부터 보험소비자들의 보험상품 소비까지 모든 과정에서 변화가 찾아온다고 내다봤다.

장권영 BCG파트너는 이전까지의 보험 판매 구조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중심 보험사들로 시장이 신규 개편된다는 것이다. 장 파트너는

“코로나 이전까지 보험소비자들은 원치 않는 시간과 상품을 추천받으면서 보험상품의 호응이 낮았고, 보험설계사들도 마찬가지로 원하지 않는 영업을 해야만 했다”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존의 영업방식은 한계가 있으며, 소비자 중심으로 완전히 재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비자 맞춤 보험상품의 개발과 고객 경험을 증대시키기 위한 방안의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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