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체불임금 문제에 가로막혀 '올스톱'된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자신의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모두 회사 측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임금 체불이 진행된 지 무려 4개월 만으로, 이 의원 자녀의 주식 매입 자금 출처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상직 의원은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이 대독한 입장문에서 "직원의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해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창업주인 이 의원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하자 이 의원이 직접 입장을 제시했다. 특히 이 의원 자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약 41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과 절차는 적법했고, 관련 세금도 정상적으로 납부했으나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항공산업이 풍전등화이며 이스타항공 회사와 구성원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놓여 있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창업자의 초심과 애정으로 이스타항공이 조속히 정상화하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오늘이 인수합병(M&A) 딜의 마지막 날이고 현재 회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이 의원이) 회사와 임직원의 고용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딜이 성사되도록 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 대표는 제주항공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주주가 회사를 포기하고 헌납까지 하게 된 상황에 회사를 대표해 송구함과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제주항공이 당초 약속한 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 작업을 서둘러주기를 1600명 임직원과 함께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제주항공과의 M&A 진행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에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대표는 "국민의 항공료 부담 완화, 항공여행 대중화에 크게 기여해 온 국내 LCC 업계는 최근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여있다"며 정부 당국의 과감한 지원을 요청했다.
근로자 대표들도 제주항공을 향해 절차대로 이스항공을 인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타항공 대표자들도 이날 별도의 입장을 통해 "이제는 인수자인 제주항공이 답할 차례"라며 "현재 이스타항공은 M&A 진행 중이라는 사유로 정부의 LCC 지원 프로그램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어 회사와 임직원들의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의 결단에 대해 한시라도 속히 답을 주시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작년 12월18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예정보다 실사 작업이 길어지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두 차례 연기되면서 인수합병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인수 무산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고객 환불이 급증하고 매출이 급감하며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태다.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셧다운'한 상태가 이어지며 임직원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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