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읽기] '라스트 오브 어스2'...닐 드럭만, 나한테 왜 그랬어요?

[게임읽기] '라스트 오브 어스2'...닐 드럭만, 나한테 왜 그랬어요?

기사승인 2020-07-04 08:16:29
사진=PS store 화면 캡처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게이머 10명을 무작위로 뽑아 현재 가장 핫한 게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최소 5명 이상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라오어2)'라고 답할 겁니다. '201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비디오게임', '게임은 예술이 아니라고 비판하는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대답'. 이 같은 극찬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라오어' 유저들의 자부심은 대단한 수준입니다.

'라오어'가 출시된 지 7년 만에 후속작인 '라오어2'가 공개됐습니다. 지난달 12일 리뷰 엠바고가 해제된 이후 전 세계 게임 전문 매체들은 일제히 호평을 쏟아냈습니다. '전작에 못지않은 걸작'(10/10 IGN), '비디오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다른 경지에 끌어 올린 속편'(게임 인포퍼 10/10),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작품'(더 가디언 10/10).

일주일 후인 지난달 19일 '라오어2'가 정식 발매됐고,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듀얼쇼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플레이 타임 대략 2시간 만에 유저들은 분노를 넘어 공포와 마주하게 됩니다. 엔딩을 본 이후에는 회의감에 빠졌다는 유저도 많았습니다. 게이머들은 '라오어2'의 제작사 너티 독과 평론가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의 정수라고 평가받던 '라오어'의 후속작이 게이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 이 기사에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핵심 내용과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라오어2' 그래픽의 극한.

▶ 그래픽부터 액션까지, '기술적으로' 더욱 완벽해진 마스터피스


2013년 출시된 '라오어'는 플레이스테이션3(PS3) 그래픽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라오어2'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유저는 많지만 '라오어2'의 기술력을 지적하는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래픽은 PS4가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낸 수준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걸맞게 폐허가 된 건물과 어우러진 거대한 나무들의 조화를 보고 있자면 말 그대로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이 절로 나옵니다.

주인공 '엘리'가 3년 전 자신 생일날을 회상하는 부분은 필자가 뽑은 '라오어2' 그래픽의 극한이었습니다. 엘리와 '조엘'이 함께 수영하는 장면에서 수면에 비친 풍경과 물의 질감은 현실에 가깝다는 단순한 표현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엘리가 공룡 박물관 앞에 있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맞닥뜨렸을 때 보인 장면도 완벽했습니다. 빽빽한 숲속에 물이 고여 있고, 하늘에서 지표면으로 내리쬐는 햇빛으로 인해 물가에는 반사된 숲의 풍경이 보입니다. 찰진 욕으로 감탄하는 엘리의 대사가 유저들의 심경을 대변한다고 할까요.

'라오어2'의 그래픽은 완벽합니다. 플레이 도중에도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중간중간 조작을 멈추기도 했으니까요. 또한 높은 수준의 그래픽에도 최적화 또한 훌륭하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카메라 앵글과 특수 연출효과, 인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 등도 게임 플레이에 몰입도를 더하는 훌륭한 요소입니다.
기타를 치며 엘리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다정한 조엘.

 

게임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액션이 개선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전작보다 전투 방식이 다채로워졌고, 새롭게 추가된 회피 액션으로 전투의 지겨움도 줄었습니다.

사운드 역시 황폐한 도시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분위기를 배가시킵니다. 특히 총기 사용에 대한 소리나 주변 지형에 따른 효과음도 몰입도를 높입니다.

적들의 AI(인공지능)는 전작보다 확실히 개선됐습니다. 대척자 중 한 명을 제거하고 시신을 노출하면, 적들은 경계 태세를 격상하고 무리 행동을 강화합니다. 흔히 말하는 '무쌍 플레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새롭게 등장해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단체인 WLF(워싱턴 해방 전선)는 경비견을 끌고 다닙니다. 경비견은 유저가 움직인 동선을 따라 냄새를 맡고 플레이어를 추적합니다. 단순한 은신 플레이도 능사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엘리와 조엘의 연결고리였던 기타를 연주하는 부분도 신선했습니다. 터치패드로 스트로크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L1과 R1버튼으로 코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충분히 연습하면 듀얼쇼크로 자신의 '최애곡'을 연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다보니 만악의 근원이 된 희생양(?) 애비.



▶ 그래픽도 전투도 개선됐는데, 팬들이 분노한 이유?

그래픽도 훌륭하고 액션성도 개선됐습니다. 거기에 AI도 향상돼 높은 난이도의 전투를 즐기는 유저들의 도전정신도 자극합니다. 듀얼쇼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타 연주는 단순한 미니게임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요소가 많은데 유저들이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오어'가 극찬받은 이유는 영화 못지않은 섬세한 스토리텔링이었습니다. 하지만 ‘라오어2’는 전편의 스토리를 완벽히 부정했습니다. 

플레이 초반부 조엘이 기타를 치며 엘리에게 노래를 불러줄 때만 해도 유저들은 분명 행복감을 느꼈을 겁니다. 노래 가사에는 엘리에 대한 조엘의 사랑이 담뿍 담겨있었습니다. '라오어'의 엔딩을 본 이후 필자는 두 사람만큼은 영원히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동충하초균이 퍼져 인류종말 위기가 현실화한 꿈도 미래도 없는 암울한 세상 속에서도 조엘과 엘리는 서로의 결핍을 채우며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됐고 유저들 역시 두 유사 부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죠.

하지만 '라오어2'는 유저들의 추억과 소망을 모두 참혹하게 부숴버렸습니다. 플레이 타임 대략 두 시간 만에 전작의 주인공 조엘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것도 오랜 시간 골프채에 맞아서 고통스럽게 사망합니다. '라오어2'를 플레이한 필자의 지인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선 너무나도 큰 충격에 게임을 끄고 정신적 데미지로 인해 휴식이 필요했다고 한 부류가 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말 그대로 조엘을 무참히 살해한 ‘애비’에게 복수하겠다며 엔딩까지 달렸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복수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엘리가 애비와 마주한 순간 화면은 전환됩니다. 이제부터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엘리가 아닌 애비로 바뀝니다. 플레이어의 분신과도 같았던 조엘을 죽이고, 엘리의 목을 조른 애비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이죠. 많은 유저가 극도의 분노를 표출한 것도 이 점이었습니다.


유저들이 소리지른 '그 장면'.


문제는 애비를 플레이하면서 거부감이 더욱 증폭된다는 점이죠. 너티 독은 조엘을 죽인 애비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의 과거를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애비의 아버지가 전편에서 엘리의 수술을 집도하다가 조엘에게 죽임을 당한 의사였다는 것도 밝혀지죠.

하지만 조엘의 죽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입니다. 전편에서 조엘은 면역체 엘리를 데리고 백신을 만들기 위해 북미를 횡단합니다. 하지만 백신 제작을 위해서는 엘리가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심각한 고뇌에 빠지게 됩니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과 엘리의 목숨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죠. 결국 플레이어의 조작으로 조엘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를 사살하고 엘리를 구하게 됩니다. 또한 탈출을 막는 무장단체 ‘파이어플라이’마저 초토화해버립니다. 

사실 적지 않은 유저가 ‘라오어2’에서 조엘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엘리를 살리기 위해 인류 백신의 희망을 포기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여야 했기에 조엘을 선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유저들은 전편의 주인공을 보내는 과정이 장엄하고 숭고하길 바랐을 것입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아이언맨, ‘로건’의 울버린처럼 말이죠.

그러나 조엘은 상상 이상으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플레이어의 분신이었던 조엘을 죽인 것도 모자라 내 딸과 같은 엘리의 목을 조른 애비를 이해하라고요? 사탄도 “아, 이건 좀…”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엘리는 마지막 복수를 위해 애비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겐 복수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엘리는 결국 애비를 풀어주게 되며 복수를 포기합니다. 제작진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 한 것일까요.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증오의 사슬이 끊어지는 것이 진정한 복수’와 같은 고리타분한 도덕적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일까요. 안타깝지만 씨알도 안 먹힌 것 같네요.

이렇게 끝내는 선택지만 하나 줬어도 욕은 덜 먹지 않았을까.

▶답답한 고구마 결말, 멀티엔딩만 됐어도...

'라오어2'가 비판받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조연과 단역은 물론, 주연 캐릭터의 설정이 바뀌면서 '캐릭터 붕괴'가 수시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캐릭터의 설정이 시시각각 바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의 게임 몰입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전작의 조엘은 부상당한 것으로 위장한 약탈자 무리도 차로 받아버릴 정도의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캐릭터였습니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도 조엘은 엘리에게 항상 방독면을 쓰라고 경고합니다. 엘리가 감염에 면역인 것을 누군가에게 들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이랬던 조엘이 왜 2편에서는 처음 만나는 애비 일행에게 바로 본명을 말해 위험에 처하는 허술한 모습을 보였을까요. 조엘이 본명을 숨기기만 했어도 이 같은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엘리는 어땠을까요. 두 사람은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깊은 유대와 신뢰를 쌓았습니다. 조엘에게 엘리는 사라를 이은 새로운 딸, 엘리에게 조엘은 수많은 상실 끝에 찾은 진정한 아버지가 된 것이죠. 그랬던 조엘의 죽음에 분노해 엘리는 복수를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복수의 순간 엘리는 원수를 놔주기로 합니다. 플레이어의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않은 진행이죠. 멀티 엔딩이 가능했다면 ‘라오어2’에 대한 비판이 조금을 줄었을 것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라오어2의 또 다른 주인공 애비는 제작진의 편애가 느껴지는 캐릭터입니다. 물론 애비가 아버지 원수를 갚기 위해 복수귀가 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애비의 행적에는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애비는 시애틀에 주둔하며 WLF와 영토싸움을 벌이는 종교 집단 세라파이트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경주의자였습니다. 하지만 새라파이트 소속 레브가 자기 목숨 한번 살려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료였던 WLF 병사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갈대처럼 가치관이 급변하는 캐릭터인 애비에 정을 붙이기 힘든 이유입니다. 

우리가 바란 엘리와 조엘의 모습.

▶ '라오어2'를 비판하면 소수자 혐오?

게임 외적인 얘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라오어2'가 성 소수자 이슈, 페미니즘, 인종 이슈 등 PC(정치적 올바름)를 앞세웠기에 유저들에게 부당한 비난을 받았다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게임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등 최근 대중문화에서 PC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작품의 흥행 여부와 직결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라오어2’의 근본적인 문제는 PC가 아닙니다. 최고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전작과 비교했을 때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라오어2’의 문제입니다. ‘라오어2’가 전작과 비슷한 수준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면 엘리의 성 지향성, 인위적 인종배분은 전혀 문제 될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라오어2’의 스토리 작가이자 너티 독 부사장 닐 드럭만은 자신의 트위터에 “동성애,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 그리고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면,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절대로 우리 공연에 오지 마, 너바나 음반도 사지마”라는 커트 코베인의 멘트를 인용했습니다.

문화평론가 허지웅 씨의 ‘라오어2’ 비평으로 리뷰를 마칩니다. "전편의 주인공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들을 모욕하고 깔보고 조종하며 설교한다. 요컨대 교조적이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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