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첩약의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이 수가가 일부 축소된 가운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계 등의 반발이 여전해 본 사업으로 가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2차 소위원회를 열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진행키로 결정하고, 이 같은 내용을 오는 24일 건정심 본 회의에서 보고하기로 했다.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은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총 500억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앞서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를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8780원 ▲조제·탕전료 3만380원~4만1510원 ▲약재비 3만2620원~6만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총 14∼16만원 수준으로 책정했지만, 이중 심층변증·방제기술료를 기존 3만8780원에서 6290원 낮추는 수준인 3만2490원으로 변경했다. 이번 건정심 소위에서는 복지부의 수정된 안이 다수안으로 통과했다.
한의계는 6290원의 수가가 깎인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은경 한의학정책연구원장은 “복지부가 사전에 제출한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 수가가 깎인 것에 대해서 한의협 집행부에서도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급여화는 돼야 하지 않냐는 게 회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제시된 수가는 관행 수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본회의 때 원안으로 변경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약사회 등 직능단체들은 첩약 급여화 이전에 안전성·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건정심 2차 소위가 열리던 지난 3일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첩약급여화 반대 집회를 열며 “전문가뿐만 아니라 환자단체도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음에도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하고, 오히려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겠다는 것이 복지부 입장에서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이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은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건강보험의 원칙을 훼손하는 심각한 오류”라고 강조하며 시범사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이광민 약사회 홍보이사는 의약품 급여화의 시스템과 절차를 무시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이사는 “정부가 무한한 돈을 가지고 있다면 사용하고 싶은 약의 가격 접근성을 모두 낮춰주면 되지만, 공공재원을 가지고 우선순위로 급여화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모든 약에 대해서 일관성 있게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효성·안전성·안정성·비용효과성을 갖춰야 건강보험 체계 내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이 이사는 “(첩약 급여화와 관련해서) 검증이 전혀 되지 않았다”며 “재료가 되는 한약으로 안전성이 검증됐다지만, 약은 원료와 완제의약품 모두 검증되는 게 기본이다. 완제품에 대해 검증하지 않고 성분에 대해 검증됐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치적인 이해 때문에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니”라며 “첩약이라는 부분에 대한 특혜로밖에 볼 수 없다. 약사회를 비롯한 여러 보건의료직능단체의 반대에도 강행하는 것에 대다수가 우려하고 있다. 추후 이 결과에 대해서는 강행했던 책임자에게 언제든지 추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원안대로 진행하되, 6개월 정도 모니터링한 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관계자는 “의과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한방은 자부담하라니 같이 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국민의 요청이 있었다. 일본도, 중국도 첩약이 건강보험 제도 내에 들어갔지만, 일반의약품처럼 임상을 거친 나라는 없다. 한약 특성에 맞는 안전성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은 이제 24일 건정심 본회의만 남겨두고 있다.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해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한의협의 ‘수가 재보전’, 타 직역의 ‘안전성·유효성 담보가 우선’ 등의 주장에 따른 해결과제가 산재해 있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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