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실질적인 제도 설계·재정 지원은 하지 않고 ‘덕분에 챌린지’로 코로나19 최일선에서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를 치하하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 듯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4월16일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해 의료 현장에서 끊임없이 헌신한 의료진의 사기·자부심 진작을 위해 의료진 응원 캠페인 및 온라인 기반 국민 참여 릴레이 ‘덕분에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6일부터는 캠페인 대상을 의료진에서 국민으로까지 확대했다.
‘덕분에챌린지’는 수어로 ‘존경’을 나타내는 동작인 한쪽 손바닥을 펴고 그 위에 다른 손 엄지를 올린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해시태그(#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와 함께 올리고 본인에 이어 참여할 3명을 지목하면 된다. 지난 5일까지 4만600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했다.
정작 캠페인의 당사자인 의료진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정부의 역할은 응원캠페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설계하고 재정을 투입해 코로나19 위기상황을 막을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정책부장은 “코로나19 상황에 간호 인력 부족이 이슈로 떠올랐지만, 대책이 없다”며 “병상은 많지만 정작 간호 인력이 부족해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간호사가 선진국과 비교해 20% 수준에 불과하다. 간호대 정원을 늘려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지만 처우 개선 없이는 대다수가 그만둘 것이다. 지금도 신규간호사들이 1년 새 절반 가까이 관두는 형태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 중인 최원영 행동하는간호사회 간호사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최 간호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주장했었다”며 “간호사가 여전히 부족한데 인력 양성·수급 계획도 없다.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신호만 줘도 곧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기는데 그런 기약도 없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이미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번아웃으로 그만두겠다는 간호사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료진들이 처음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받아들이고 현장을 지켰지만 지속될 수 없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러한 순간이 일상이 돼선 안 된다. 정부는 ‘박수 쳐주고 잘한다. 고맙다’ 할 것이 아니라 대유행을 대비한 대책 수립을 고민해야 한다. 의료인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족했다. 가뜩이나 없는 인력을 쥐어짜서는 다음 신종감염병 사태를 이겨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35조원이 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도 제도·정책 개선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이번 추경에서 본질적인 부분을 지원하지 않고 비대면 진료서비스 등에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선 우선순위를 따져볼 때 말이 되지 않는다”며 “원격의료를 할 때가 아니다. 경제부처에서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나 투기를 불러일으키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또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데 민간대학에 의대 정원을 늘리는 건 도움 되지 않는다.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중환자를 진료할 의료진 양성 재정도 배정됐어야 한다”며 “방역으로 성공해서 버티고 있는데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수 있다. 코로나19는 전파력이 강해 뚫리면 끝이다. ‘덕분에챌린지’로 될 일이 아니다. 응원만 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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