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정부가 세제와 금융, 주택 공급을 망라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6·17대책 이후 3주 만이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와 단기거래에 대한 세제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여기에 서민·실수요자 등의 내 집 마련 부담은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이들이 내놓는 매물로 인해 시장에 공급 확보가 어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 이후에는 ‘똘똘한 1채만을 보유하라’는 시그널로 오인돼 매물잠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급 대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서민·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를 보완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일각에서는 그 외 가족 형태의 변화 등으로 집 크기를 넓혀가는 가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매·보유·매각 모두에서 세금 강화, 효과는?=정부는 다주택자와 부동산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등 세 부담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주택을 3채 이상 갖고 있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2채 가진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가 2배 오른다. 현재 다주택자들에 대한 종부세는 0.6~3.2% 수준이지만 이번 대책에 따라 세율은 1.2~6.0%로 오른다. 다주택을 보유한 법인에 대해서는 종부세 최고 세율인 6%를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 세제 강화 대책 중 양도세의 경우 단기 양도차익 환수와 다주택자 중과세율 인상에 초점을 뒀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양도 분부터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70%로, 2년 미만 보유주택의 양도세율을 60%로 높인다. 지난해 12·16대책 때 발표한 1년 미만 보유 주택 양도세율 50%, 2년 미만 보유 주택 양도세율 40% 대비 각각 20%씩 부담을 늘린 셈이다.
분양권의 경우 1년 미만 보유한 후 팔았다면 양도세는 현행 조정대상지역 50%, 기타지역 기본세율을 적용했지만 앞으로 70%로 일괄 조정했다. 1년 이상 보유 시에는 60%의 양도세율을 적용한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주택을 샀다가 1년 내 2억원의 차익을 거두고 팔았다면 이중 70%인 1억4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셈이다.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도 인상한다. 현재 중과세율은 기본세율에 10%p(2주택) 또는 20%p(3주택 이상)를 더했지만 각각 10%p씩 올렸다. 2주택일 경우 기본세율에 20%p, 3주택 이상은 기본세율에 30%p를 더한 세율을 적용 받게 된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와 투기성 단기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 폭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질의응답에서 “다주택자로서 시가 30억원인 경우를 사례로 든다면 종부세가 약 3800만원 정도, 시가 50억원이면 한 1억원 이상으로, 전년에 비해 약 2배를 약간 넘는 수준의 인상이 되겠다”고 말했다.
양도세 인상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에도 매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주택자들을 향해 ‘정부가 출구를 마련해 뒀으니, 1년 내에 파시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홍 부총리는 “양도세 인상이 있을 경우 주택에 대한 ‘매물 잠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정부도 고민했다. 그래서 이번에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도세에 관한 적용은 내년 6월1일부터 양도하는 주택분부터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다시 말해, 내년 6월1일까지는 이와 같은 양도세 부담을 감안하여 주택을 매각하라고 하는 그러한 사인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같은 세제 개편안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화 효과가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추가 대책을 내놓을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르면 이번 대책이 ‘똘똘한 1채를 보유하라’는 시그널로 오인되고, 결과적으로 거래절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종부세 부과일(2021년 6월1일) 유예기간이라는 유인책으로 시장에 매물을 출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올릴 수 있겠으나 양도 이후 향후 재취득 시 무거운 거래비용발생으로 양도에 대해 고민으로 예상과 달리 물량이 증가하기는 어렵다. 양도소득세강화로 주택순환주기가 상당히 더뎌져 거래절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율만을 올려버리면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매물을 똘똘한 1채를 갖겠다는 수요층이 받아주는 것으로 시장 양상이 바뀔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시장 안정화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이 내놓는 매물로 인해 공급 부족에 시달린 주택 시장에 일부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초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수요 둔화에 따른 거래 위축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1주택자의 경우 주택 추가 구입보다는 리츠나 펀드 등 대체자산으로 관심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제 상 불리한 중대형 및 초고가 주택보다는 중소형 및 중저가 주택에 실거주 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아져 주택시장의 알뜰 소비화 경향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세저항 우려와 함께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꼼수’도 나올 가능성도 제기됐다. 함영진 직방 빅테이터랩장은 “정부가 1주택 보유 고령자 세액공제율 10%p 인상 추진 등 1주택 실수요자의 세부담을 다소 완화할 예정이지만 조정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로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종부세율의 급격한 세율인상으로 징벌적 과세에 대한 논란과 조세저항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연내 법개정이 되더라도 금번 종부세율 인상은 내년부터 현실화돼 당장 과세부담에 따른 매물출회를 기대하기도 제한적인 상황”이라면서 “내년 6월 1일을 기점으로 고가 다주택자는 상당한 보유세 부담에 시달리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일부는 보유주택 매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매각보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실수요자 내 집 마련 가능할까?=정부는 서민·실수요자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공급책도 마련했다.
우선 정부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 생애최초 특별공급 적용 대상주택 범위 및 공급비율을 확대한다. 국민주택 공급 비율은 25%까지 늘리고, 85㎡ 이하 민영주택 중 공공택지는 분양물량의 15%, 민간택지는 7%를 배정한다. 소득 기준은 국민주택은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00%를 유지하고, 민영주택은 130% 이하까지 확대한다.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의 소득기준은 완화한다. 공공분양의 경우 분양가 6억 원 이상 신혼희망타운에 대해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30%(맞벌이 140%)까지 확대하고, 분양가 6억 원 이상 민영주택에 대해서는 최대 130%(맞벌이 140%)까지 소득 기준을 완화한다.
아울러 현재 신혼부부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시 취득세 감면 혜택을 연령·혼인여부와 관계없이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청년층 포함 전월세 대출지원도 강화한다. 청년(만34세 이하) 버팀목 대출금리는 0.3% 인하하고 대출대상(보증금 7000만원→1억원) 및 지원한도(5000만원→7000만원) 늘린다. 청년 전용 보증부 월세 대출금리는 0.5% 낮춘다.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급하게 규제지역으로 포함돼 잔급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보완책도 내놨다. 규제지역 지정·변경 전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된 사업장의 무주택자 및 처분조건부 1주택자 잔금대출에 대해서는 이전 대출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서민·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이들 외 가족 형태의 변화 등으로 집 크기를 넓혀가는 가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생애최초 및 신혼부부 등 30~40세대의 첫 내 집 마련에 대한 주택구입 지원을 강화해, 서민·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를 튼튼하게 마련하는 등 6·17대책의 제도 보완에 공을 들여 이들의 주거지 마련 문호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의 생활행태에서, 가진 돈에 맞춰 작은 평수의 실거주 주택을 구입했다가 자녀가 생기는 등의 이유로 집 크기를 넓혀가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면서 “그런데 이 경우 생애최초 구입도 아니고 무주택자도 아니다. 물론 투기세력이나 적폐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당장 종전의 공급계획보다 주택물량을 엄청나게 늘려서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특공확대는 결국 일반분양물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의 사각지대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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