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라임펀드 배상 호소하기 위해 찾아왔다, 도와달라”

[르포] “라임펀드 배상 호소하기 위해 찾아왔다, 도와달라”

"독이든 사과 팔아 치운 것"

기사승인 2020-07-11 06:00:12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라임펀드의 배상을 촉구하는 피해자들 /사진=조계원 기자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10일 서울 숭례문 대각선에 위치한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는 시민단체와 라임펀드 피해자들이 20명 가량 모여들었다. 이날 부슬부슬 비가 내렸지만 피해자들이 모여드는 그 시간에는 다행히 잠시 비가 멈췄다. 한 피해자에게 집회 이유를 물어보니 다 쉰 목소리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게 라임 펀드 배상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왔다, 도와 달라”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30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1조7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라임자산운용의 4개의 모(母)펀드 가운데 일부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판매 당시 이미 최대 98% 손실이 발생했다며 판매사의 전액 배상을 권고했다. 다만 이는 강제성 없는 조치로 판매사들이 조정안을 받아들여야 배상이 성사된다. 이에 라임펀드 피해자들은 판매사들을 찾아다니며 금감원의 조정안 수용을 호소하고 있다. 나머지 라임 펀드의 경우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분쟁조정 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날 신한은행의 로고가 선명히 보이는 자리에 대형을 이룬 피해자들은 라임 펀드 배상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와 정용건 사회연대포험 대표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보였다. 먼저 발언에 나선 인물은 김득의 대표였다.

▲ "신한 라임펀드 모두 '계약 취소' 배상해야"
김 대표는 신한금융투자의 조정안 100% 수용과 함께 금투와 은행이 판매한 나머지 라임 펀드에 대한 배상을 촉구했다. 그는 “금감원 분조위가 100% 배상을 결정했지만 2018년 11월 이후 부터 적용돼 아쉬움이 있다. 신한금투는 2018년 6월부터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알고 있었고, 신한금투의 기획을 통해 상품이 판매된 것이기 때문에 전 상품에 전 기간에 대해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CI펀드는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돌려막기에 활용된 것으로 생각돼 검찰 고발까지 진행됐다”며 “신한금투와 은행을 믿고 가입한 피해자들이 무슨 죄가 있냐”고 열변을 토했다.[영상 참조]

뒤이어 신한금투에서 29년간 근무하고 2017년 퇴직한 정용건 사회연대포럼 대표의 발언도 이어졌다. 정 대표는 먼저 신한금투에서 근무한 한 사람으로서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발언을 남겼다. 그는 “지켜보는 과정에서 도저히 참지 못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객들에게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모펀드 상품은 기초자산이 가장 중요한데 이번 사태는 금이나 은 등 안전 자산이 아닌 아르헨티나의 무역금융, 남아공의 무역금융 등 뭐하는 지도 모르는 기초자산을 가지고 금융상품을 팔아치운 것”이라며 “이는 썩은 상품을 판매한 것과 같다. 아시아 1등 금융사가 되겠다는 회사에서 썩고 독이든 사과를 판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신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발언도 내놓았다. 정 대표는 “사모펀드를 판매하면 1.5~2% 수익을 보는데 라임의 경우 은행과 금투에 1.5%씩 수익을 더블카운팅했다”며 “경영진의 압박 속에 이 같은 성과를 보고 직원이 안팔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터지자 지난해 신한금투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발생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정 대표의 발언이 끝났을 때는 잠시 멈췄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자리를 피하는 피해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취재진과 피해자들의 집회를 지켜보기 위해 나온 신한금융 직원들은 우산을 들고 있었지만 피해자들은 끝가지 비를 맞아가며 할 말을 다했다.

배상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조계원 기자
피해자를 대표해 나온 한 인물은 “우리는 신한금융지주의 계열사인 신한금투와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의 사기 피해자들”이라며 “불완전판매를 넘어 명백하게 사기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사모펀드라서 임의로 환매가 중단되거나, TRS기법에 따라 후순위 자금 회수, 판매사가 운용에 간섭할 수 없다는 점, 모자형 펀드 구조 등에 대해 전혀 설명을 들은 바 없다”며 “실제로 투자한 자산의 절반은 부실자산이었고,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만기시 환매도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투자제안서의 허위기재로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합리적 판단하기 어려웠던 만큼 계약 취소를 수용해 주기를 바란다”며 “나머지 무역금융펀드와 라임 플루토 FI, 라임 새턴, CI 펀드 등에 대해서도 같은 마음으로 계약 취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조용병 회장에게 전달해 달라며 라임 펀드 배상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신한금융 측에 전달했다. 전달 과정에서 김득의 대표는 “신한이 금융권의 삼성으로 불리지 않냐, 신한이 나서주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냐”며 배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항의서한 전달까지 모두 끝났지만 피해자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 했다. 피켓을 들고 그 자리를 서성이다 삼삼오오 모여 흩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에 대해 신한금투나 은행 등 판매사들은 20일 이내에 수락여부를 밝혀야 한다. 지난 7일 조정안이 전달된 만큼 오는 27일이면 판매사들이 입장을 밝히게 된다. 피해자들의 호소가 그날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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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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