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뽕나무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뽕나무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0-07-11 13:14:28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영국이 낳은 대문호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는 그 당시 많은 영국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비단을 생산할 누에를 기르기 위해 뽕나무를 정원에 심었다, 그러나 그가 심은 뽕나무는 누에의 먹이가 되는 잎을 가진 흰 뽕나무가 아닌 검은 뽕나무였다. 셰익스피어의 앞뜰에 심어진 검은 뽕나무의 학명은 ‘Morus nigra’로 유럽에서 주로 식용 과일용으로 재배되는 품종이었다. 검은 뽕나무 잎으로 누에를 먹일 수는 있다. 하지만, 실크의 품질은 학명이 ‘Morus alba’인 흰 뽕나무를 먹고 자란 누에가 만든 비단에 비해 떨어진다. 그래서 검은 뽕나무의 잎은 누에의 먹이가 아닌, 토끼나 염소 등 다른 동물 먹이로 사용된다.

원래 키우려던 흰 뽕나무(Morus alba)가 아닌, 검은 뽕나무(Morus nigra)를 키우게 된 우연 앞에서 셰익스피어는 그 뽕나무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셰익스피어의 명작 중 하나인 ‘한여름 밤의 꿈’에는 피라모스(Pyramus)라는 청년과 티스베(Thisbe)라는 이름의 아가씨의 서글픈 사랑이야기가 실려 있다. 기원전 1세기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남긴 변신이야기(Metamorphoses)에 실려 있는 이야기로, 기원전 10세기 무렵 바빌로니아의 작은 마을 이웃집에 살던 피라모스와 티스베는 사랑에 빠지지만 부모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두 집 벽 사이에 난 틈으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두 사람은 어느날 밤 오래된 무덤가의 뽕나무 아래서 만나 멀리 다른 곳으로 떠나 사랑하며 살기로 약속한다.  

왼쪽부터 뽕나무열매 오디, 영국 명품 브랜드 멀베리, 셰익스피어의 정원 근처 뽕나무.

그 무덤가에 먼저 도착한 티스베는 방금 사냥을 마친 듯 입가에 피를 묻힌 사자를 발견하고 몸을 숨기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피라모스에게 그 위험을 알리려 자리를 뜨는 순간 얼굴을 감싸던 베일이 바람에 날려 사자에게로 날아간다. 사자는 피 묻은 입으로 그 베일을 갈기갈기 찢는다. 길이 엇갈려 도착한 피라모스는 갈기갈기 찢긴 피 묻은 티스베의 베일을 발견하고 그녀가 사자에게 잡아먹혔다고 생각하고는 슬픔에 잠긴다. 

결국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절망감에 사로잡힌 피라모스는 지니고 있던 칼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다. 피라모스와 길이 엇갈린 것을 알고 다시 뽕나무 아래로 돌아온 티스베는 죽어있는 피라모스를 발견하고 탄식하며 피라모스의 칼로 따라서 목숨을 끊는다.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을 가엾게 여긴 신들은 둘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도록 뽕나무의 하얀 열매 색을 검붉은 색으로 바꾼다. 

이 이야기는 그 이후 많은 시인들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셰익스피어의 명작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기도 한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뽕나무란 의미의 영어단어인 멀베리(Mulberry)는 영국의 명품 브랜드로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뽕나무를 상(桑)ㆍ상목(桑木)ㆍ오디나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거의가 흰 뽕나무(白桑 : Morus alba)다.

셰익스피어의 검은 뽕나무(黑桑 : Morus nigra)는 수목원이나 농업연구기관의 전시나 연구용으로 쓰이는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뽕나무는 버릴게 하나도 없는 귀한 나무이다. 잎은 누에를 키워 비단을 생산하는데 사용되고, 나무껍질은 염료로 이용되며, 목재는 장롱, 악기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한의학에서는 잎을 상엽(桑葉), 열매를 상심자(桑椹子), 뿌리껍질을 상백피(桑白皮)라고 부fms다. 귀한 약재로도 사용한다. 또한 뽕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는 상기생(桑寄生)이라 하며 각종 암 치료 및 면역력 증강의 귀중한 약재로 대접받는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뽕나무의 열매 상심자의 효능에 대해 “갈증을 해소하고 간을 보하여 눈을 맑게 하고, 머리카락을 검게 하며 피를 보하고 기운을 올리며 잠을 잘 자게 한다”고 적고 있다. 

『本草綱目』〝口乾,養肝明目,烏髮防早白髮,提神解勞,補血,補氣,助眠...等〞 

뽕나무 열매의 검디 검붉은 색을 바라보며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은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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