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딜라이브와 CJ ENM 간 '블랙아웃' 위기까지 갔던 갈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재로 가까스로 봉합됐다. 하지만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을 둘러싼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변화 속에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콘텐츠사와 힘이 커진 콘텐츠사에 당황한 플랫폼사간 역학구도가 변모하는 와중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재안을 살펴보면, 양사는 오는 8월 31일까지 신의 성실에 입각해 원만히 합의하도록 협상할 것을 합의했다. 양사간 프로그램 사용료 수준에 따라 서면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과기정통부의 중재안에 따르기로 했다. 협상 진행 동안에는 블랙아웃 없이 방송채널을 송출하기로 했다.
간신히 블랙아웃은 모면했지만,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이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tvN 등 자사의 13개 채널을 제공하지 않는 블랙아웃까지 불사할 의지를 보였던 CJ ENM 측은 내심 이번 중재안에 그리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케이블TV 측이 시청자를 무기삼았다며 협상력을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CJ ENM 측은 아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케이블TV 쪽에서 이제는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애초에 협상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제는 드디어 협상 테이블에나마 앉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사용료가 공식으로 논의되고 어떻든간에 합의를 통한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측은 이 일로 인해 프로그램 제공사들의 힘이 더 커지는 것 아닌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동안은 플랫폼사의 권한이 컸지만, 점차 플랫폼의 권한은 약화되고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의 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CJ ENM과 JTBC 등 해외시장에 팔리는 콘텐츠사업자들은 점차 자사만의 고유 콘텐츠를 내세워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감소세인 케이블TV업계의 어려움까지 겹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콘텐츠사들은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자사가 중심인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CJ ENM은 JTBC와 함께 오는 8월 1일 티빙(가칭)을 출범시킨다. JTBC가 2대 주주로서 함께하면서 콘텐츠 양강이 힘을 합해 OTT 플랫폼 중 가장 주목되고 있다. 특히 통신사들도 일부 참여하기로 하면서 힘을 더 받는 모양새다. 플랫폼사의 제약을 받지 않고도 자사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판이 생기는 셈이다.
최근 미디어 환경은 플랫폼이 통신3사 위주로 재편되고, 콘텐츠사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등 위기와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간 이견 충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로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의 성장통이 아닐까. 블랙아웃은 막았지만, 서로간 갈등의 골이 블랙아웃과 같은 암흑의 상태로까지는 치닫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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