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26세 넘긴 남성은 필요 없을까

HPV 백신, 26세 넘긴 남성은 필요 없을까

성생활과 HPV백신은 ‘필수불가결’… 성별·연령 관계없이 접종 권장

기사승인 2020-07-20 05:28:01

한국MSD의 ‘가다실9’/사진=한국MSD 제공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우리나라 남성들은 26세를 넘기면 ‘가다실9’ 접종 권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다실9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이다. 시중 HPV 백신은 GSK의 ‘서바릭스’와 MSD의 ‘가다실4’와 ‘가다실9’ 등 3개다. 이중 가다실9는 가장 많은 유형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다실9의 접종연령을 확대했다. 기존 접종 권장 대상은 만 9~26세의 여성과 남성이었다. 접종연령 확대에 따라 여성은 만 45세까지도 가다실9를 접종받을 수 있게 됐다. 즉, 현재 국내에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 가능한 대상은 만 9~45세 여성, 만 9~26세 남성이다.

만 26세를 넘긴 남성은 HPV 백신이 필요 없을까. HPV는 성관계를 매개로 감염된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이 모두 백신을 접종받아야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HPV 감염이 주요 원인인 자궁경부암 환자는 40대~50대 비율이 높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자궁경부암 환자의 연령은 40대가 2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22.6%, 30대 17.1% 순으로 집계됐다. 

해외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과 유럽 보건당국이 정한 가다실9 접종연령은 우리나라보다 넓은 대상을 포괄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8년 가다실9의 접종연령을 여성과 남성 모두 만 9~26세에서 만 27~45세까지 확대하도록 승인했다. 유럽의약청(EMA)은 지난 2015년 가다실9의 품목허가를 내면서 만 9세 이상의 여성과 남성 모두 접종 받을 수 있도록 정했다.

전문가들도 성별·연령과 관계없이 HPV 백신을 접종받을 것을 권장한다. 백신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을 치료하는 효과는 없다. 따라서 감염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성관계 경험이 없어 HPV에 노출되지 않은 시점에 접종받아야 한다. 그러나 성생활을 시작한 사람에게도 백신이 무용지물은 아니라는 것이 학계 설명이다.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성생활을 하는 한, HPV 백신 접종은 필수불가결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남성이 26세가 지나면 성생활을 멈추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성관계 경험이 있더라도, 접종을 받으면 아직 노출되지 않은 유형의 HP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차면역 효과도 확보된다”며 “가다실9가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유형의 바이러스 감염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향후 남성에 대한 가다실9 접종권장 연령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가다실9의 접종연령 확대에 긍정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다실9의 접종연령이 여성을 대상으로만 확대된 이유는 백신을 공급하는 한국 MSD 측이 여성 임상시험 자료만 제출했기 때문”이라며 “회사측에서 남성 임상시험 자료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HPV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지속적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자료를 제출하면, 무리 없이 승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MSD관계자는 “당초 접종연령 확대를 신청할 때 여성과 남성 모두에 해당하는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했지만, 남성의 경우 임상시험 자료가 부족해 보류판정을 받았다”며 “현재로써는 남성 대상 자료를 보완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은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HPV 관련 암을 비롯한 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한국MSD는 계속해서 관계부처와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HPV는 사람의 피부와 점막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약 100종의 유형이 있으며, 이 가운데 16번과 18번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 발생 요인이 되는 고위험 유형이다. 이들 유형은 주로 성관계를 통해 여성의 포궁 경부에 감염된다. 자궁경부암 이외에도 여성 외음부암·질암, 남성 음경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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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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